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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Apr 07. 2023

새벽 4시 44분! 믹스 커피 한잔!

-하필이면 믹스 커피가 -

A Flower is not a Flower

-RyuichiSakamoto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지다.-


눈을 떠 보면 꼭 새벽 4시 44분.

예전 가족과 아이 아빠 친구들과 같이 캠핑을 갔던 곳은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 한 펜션 같은 곳이었다.

대박이가(9살 된 시베리안허스키) 1살 때였다. 

잠을 자는 곳은 그래도 집 같아도,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나에게 한 밤중에 자다가 깨면, 하필이면 그 시간이 4시 44분.

폐교여서 학교 복도는 그대로 학교 복도이고, 화장실까지 가려면 거길 통과해야 한다.

아~~ 정말. 무슨  호러를 찍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이 이런 곳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 인간은 모르는 게지.

하필이면 인터넷도 잘 안 터지는.


그 이후였던 것 같다. 새벽 4시 44분은.


가끔 어느 순간 우연하게 보면 새벽 4시 44분이 되는. 아마도 각인이 된 터.

직업 특성이기도 하고, 일하다 날을 새다가 하다 보면 해 뜨면서 잘 때가 자주 있다(실토를 하면... 거의 일주일에 5일? 정도) 회사를 다닐 때도 날을 새고 가기 일 수였고, 낮엔 피곤해서 병든 닭처럼 의식의 회로를 따라 기계처럼 할 일만 했던. 


자야 하나 말아야 하는 그 시간에 커피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것도 원두가 아닌 촌스러운 믹스 커피를. 

'나의 아저씨'에 나온 아이유처럼 꼭 두 개를 타서 홀짝홀짝 마신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먹고 싶으면 먹는다. 자야 하는데 같은 강제 조건은 없다.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사는 거다. 가끔은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참 불편하겠다는 생각은 한다. 정상 출근하는 사람과 디자인 작업을 하고 기획을 하는 사람이라서 일 자체가 자유로우니까. 식사 시간도 불규칙적이고, 어떤 날은 36시간을 잔 일도 있다(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자냐고? 이틀 날 새면, 잘 수 있다).


건강이 걱정되겠지만, 건강 따위를 걱정하고 살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건강만 지킨다. 내가 아는 소설가들..... 디자이너들.... 음악 하는 사람들. 모두 정상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일정한 룰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공통점이 있다면, 그렇게 오래 산다는 것에 대한 염원이 별로 없다. 최대한 빨리 가고 싶어 한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술이 주식인 경우가 태반이다.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평가를 받는 평론가 김현 선생이 타계한 나이가 48세이다. 병명은 간암.

고 기형도를 발굴하고 유고시집을 내게 하신 분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평론이었고, 지금도 그분의 책을 쓰담 쓰담하면서 아끼고 있는데, 보통 문학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물론 고 김윤식 선생님처럼 정확하신 분도 계셨지만, 나는 두 분 다 좋아하지만, 더 좋아하는 분은 늘 김현 선생님이었다.


새벽 4시 44분에서 어쩌다 김현 선생님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면서 살 일이 있나?

내가 아는 작가님도 늘 밤에만 글을 쓰시는데, 남들이 출근할 때 주무시고, 오후에 강의하러 학교를 가면, 펜션 주인이 팔자가 아주 좋다고 한다고 하신다. 그냥 일의 패턴일 뿐이다. 밤에 집중이 더 잘 되니까.


류이치사카모토.

워낙 애니를 좋아하는 아들을 통해, 애니에 나오는 영상만 본 게가 아니라, 음악을 접했다.

가끔 아들이 톡으로 이 음악을 들어 보라며, 전해 주어서 더 잘 알게 된.

그는 일본에서도 좌파다.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하는 보안법안을 반대했고,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치란 삶을 사는 태도 혹은 방식이라고 주장을 한. 개념 있는 예술가이자 모델이자 싱어이자 탈랜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기껏해야 새벽 4시에 커피 하나를 홀짝이면서, 최소한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나도 좀 소심하기는 하지만,

앞에 언급한 거장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필부이긴 하지만, 비슷한 과라는 이야기다.


자자, 자자.... 고민할 바에는 따뜻하고 달콤한 카페인을 영접하는.

그것도 폼 안나는 하필이면 믹스 커피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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