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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Apr 27. 2023

미친 여자는 왜 머리에 꽃을 꽂을까?

-정상은 무엇이고, 미친 것은 무엇인지, 왜 또 일은 미친 듯이 하라면서

며칠 전에 보았던 사극 드라마 한 편.

'청춘월담'이 있었다. 이즘 아무런 생각을 안 하려고, 무작정 드라마를 보기도 하는데, 결론의 장면에서

왕비는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미쳐서 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면 꼭 나오는 장면이 베개를 아이인양 우리 아이라며 안고 다닌다. 머리에 꽃을 꽂았는지는 알 수 없는데 대부분이 또 꽃이 피면 꽃을 꼽는다.


아직 덜 미쳐서(미친것과 아닌 것의 어디쯤에 우린 살고 있는 듯하다), 미친 여자들은 왜 머리에 꽃을 꽂을까를 생각한 일이 있다. 사실 그들은 순수한 사람들이다. 자연을 좋아하고 꽃이 예쁜 걸 안다. 그러니까, 이 미친 세상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순수한 모습이 몹시 다쳐서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오랜만에 아이유와 박서준의 블랙코미디 영화가 나왔다. 아이유의 대화 순발력이 좋은 영화이다.

그 대화 중에 이런 말을 한다. 


"웃자. 그러니까 웃자고..." 그러자 박서준이 "너 정상 아니야?" 한다.  

"이 미친 세상에 미친년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닌가?" 하며 돌아서는 아이유.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대박이와 매일 나가던 산책을 안 나간 지 오래되었다. 그냥 혼자 거리를 배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배회하는 것도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혼자는 산책이 안 되는 이상한 지점에 와 있다. 지금 나는.


며칠 전에는 혼자 나가기 싫어 가방에 대박이 유골함을 넣고, 흔들리니까, 인형 하나도 넣어서 잠깐 대박이 다닌 코스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예전에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에, 먼저 건너 보낸 사람들이 유골함을 집에 가져다 놓는 것도 이해가 안 갔고, 그것으로 보석을 만들어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도 이해가 안 됐더랬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잠이 안 오고 아이가 몹시 보고 싶은 날에는 나도 모르게 유골함을 안고 자기고 하고 한 손으로 컴을 하면서도 옆에 가져다 놓으면 이상하게 안정이 된다. 어찌 보면 그렇게라도 이 시간을 버텨 나가야 하는 게 지금의 나인 것 같다. 수목장을 해서 뿌려주고 싶은데, 멀리는 안 가고 가까운 곳이면 늘 그 장소를 보고 싶기도 하다. 


이제 멍 때리는 시간에 보던 콘텐츠도 볼만한 건 다 보았고, 다시 고독이 엄습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하루는 멀쩡했다가 하루는 슬프고, 하루는 운다.

내가 낳은 자식이 있어서 사실 삶을 사는 것이지, 나는 삶에 그다지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산들 어떠리, 죽은들 어떠리 그런 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죽음이 두렵지 않고, 오래 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아직은 한강을 혼자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날씨가 좋은 날 나가고 싶으면 또 가방을 떼매고 나갈지 모른다.

익숙한 장소. 대박이와 같이 간 스벅 앞에서 혼자 생각에 잠길 것 같다. 아이가 9년 동안 걷고, 뛰고 좋아한 장소다. 사람이 죽으면 그 동네와 자주 가던 장소를 돌아 돌아 무덤으로 향한다. 개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을 것이고 나에게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자식이었으니, 남들이 미쳤다고 얘기해도 나는 내 하고 싶은 데로 할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가장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소설 중엔 '폭풍의 언덕'이 있다.

가장 엽기적인 장면이기도 하고 어렸을 적 이해가 안 되다가 나중에야 이해가 간 장면이기도 한데.

시체를 시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죽은 시체를 끄집어내어 울부짖는 장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어렸을 적엔 했고, 나중엔 그런 미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 것을 알았다.


잘 가! 미련 없이~~ 그동안 즐거웠어. 하고 쿨하게 사라지는 것이 사랑일까?

그리고 잘 먹고, 잘 살고, 잊고 다른 일로 즐거워하며. 

결국 나도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시간을 좀 갖자.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로소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듯이,

누군가를 보낼 때도 시간이 좀 걸리고 걸려서 서서히 잊어가자. 

잘은 모르지만, 나는 그냥 그런 사람 같다.

 

혼자 그렇게 한강을 걸어 다니다, 누군가가 찝쩍거리면서 수작을 걸면, 유골함을 보여 주려고 한다.

아마도 그냥 달아나겠지.

감당할 수 있겠어? 이런 사람을. 너 보다 더 미쳤거든.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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