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책 〉
“불행해질지도 모르지만 행복해질지도 몰라요. 수다쟁이 감상주의자가 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책 속의 글자 하나하나를 활활 타오르게 할 그런 작가가 될지도 몰라요.”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왠지 슬프다. 외롭다. 작가가 남긴 작품보다도 극단적인 선택의 최후가 더 잘 알려져서 그럴까? 그 탓일까? 예민하고 우울한 이미지의 작가라는 느낌이 짙다.
북 큐레이터이자 고전문학 번역가인 이 책의 편역자 박예진은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문장들 중에서 가려 뽑아 이 책에 정리했다. 영문을 같이 담았기 때문에 원문의 느낌을 별도로 맛볼 수 있다.
책은 크게 4 Part로 편집되었다. Part 1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다’에선 버지니아의 「자기만의 방」, 「3기니」, 「출항」을 텍스트로 했다. 대학교 도서관을 들어가려던 한 여인은 문 앞에서 제지를 당한다. 대학 측은 여자가 도서관에 출입하려면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 “원한다면 도서관은 잠궈도 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자유로운 나의 사유를 가로막을 문도, 잠금쇠도, 나사도 없습니다.”
Part 2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의식의 흐름에 몰입하다’에선 「벽에 난 자국」, 「밤과 낮」, 「제이콥의 방」에서를 뽑았다. 「벽에 난 자국」의 작품 분위기는 의식의 흐름기법이다. 내면의 생각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도 흐릿하다. 독자는 내적인 고찰과 현실 세계의 연결을 오가게 된다.
Part 3는 ‘초월적인 존재를 사랑하게 되다’라는 소제목으로 「플러시」, 「올랜도」, 「막간」등에서 가려 뽑은 문장들이 담겨있다. 버지니아의 작품세계의 변화가 오게 된다.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넘어 혁신의 장으로 발을 내딛는다. 자아와 정체성에 중점을 둔다. 파격적이기도 한 변화는 초월적인 존재를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이른다.
Part 4는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이다. 비록 버지니아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등대로」, 「파도」, 「세월」을, 텍스트로 했다. 내면 탐구가 특징이다. 실험적인 글쓰기도 펼쳐진다. 부록으로는 「버지니아의 일기」가 발췌해서 실려 있다. 버지니아가 26세였던 1915년부터 53세가 되기까지 썼던 일기 중에서 버지니아의 문필생활과 관련된 부분만을 그의 남편 레너드 울프가 엮어낸 것이다.
엮은이는 프롤로그에 이런 조언을 남겼다. “혹여 어렵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있다면, 문장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그저 관조해 보세요. 그의 문장들을 통해 버지니아의 생애를 바라보고 그 흐름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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