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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Oct 07. 2024

페소아의 메시지





〈 오늘의 책 〉         


 

《 페소아의 내면보고서 》 - 오직 사랑만 한다면 우리는 죽을 수 있다. 

 | 러너스북 Runner’s Book 2  _페르난두 페소아 / 고유명사          



1.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혼자 있는 일에 싫증이 났다는 것이다.”

_반론을 제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그 결혼생활이 잘 가느냐 삐딱선을 타느냐는 그 마음의 중심에 있다. 그 마음의 중심이 ‘같이’ 인가? 아님 ‘나’인가? ‘너’인가? 혼자 있는 일에 싫증이 나서 사랑을 찾아 나섰지만, 다시 싫증이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안정적인 결혼도 가능하다.      



2.

“우월한 인간에게 걸맞은 유일한 지적인 태도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조용하고 차가운 연민을 갖는 것이다. 이 태도는 공정이나 진실의 태도와 조금도 비슷한 구석이 없다. 하지만 이 태도는 부러워할 것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

_‘우월한 인간’이란 표현이 좀 거슬린다. 그냥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바꿔보자. 그나저나 요즘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혼란스럽다. ‘조용하고 차가운 연민’은 자기 자신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공정이나 진실이니 정의니, 그 정의는 정의로운가?     








3.

“오직 사랑만 한다면 우리는 죽을 수 있다.”

_책의 부제로도 쓰인 문장이다. 사랑과 죽음이 키워드이다. 좀 어렵다. 선뜻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런 사랑이 존재할지라도 희귀할 것이다. 작가는 죽음의 두려움도 극복하고,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는 사랑을 그렸을 것이다. 죽음과 맞바꿀만한 사랑,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인류애로 채워진 사랑, 멋지다. 그러나 한편, 내 마음이 혼탁해져서 그런지 이렇게도 이해된다. “오직 사랑만 하고 살아간다면, 죽음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사랑도 사랑 나름이다.           



4.

“삷이라는 책의 모든 문장은, 마지막까지 읽는다면, 물음표로 끝남을 알게 될 것이다.”   _그 물음표에 어떤 문장을 담을 것인가? 정녕 이것이 마지막인가? 이렇게 살다 가는 삶도 괜찮은 삶이었을까?로 적어본다. 다행히 페이지를 넘기니 이런 문장이 이어진다. “삶이란 느낌표와 물음표 사이의 망설임이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마침표가 있다.” 마침표를 자신 있게 찍을 수 있는 사람은, 그럭저럭 잘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5.

여백이 많은 책이다. 한 쪽 당 한 줄의 글도 다수이다. 여백도 좋지만, 그 여백에 영문텍스트가 함께 자리 잡았으면 좋았겠다. 어떤 땐 한국말도 어렵다. 페소아는 어떤 사람인가? 그의 풀네임은 페르난두 안토니우 노게이라 페소아이다. 그의 이름만큼이나 긴 직업들이 이어진다. 포르투갈의 시인, 철학자, 극작가, 에세이스트, 번역가, 광고업자, 점성가, 발명가, 사업가, 비즈니스 특파원, 문학평론가이자 정치평론가 등이다.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페소아를 ‘휘트먼의 환생’으로 간주하며 서양문학의 대가 26명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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