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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Feb 28. 2023

책 속의 책




#오늘의리뷰        



【 조선의 책 】 - 지식의 보물창고를 털다 

    _김진섭 / 지성사          




조선시대에는 어떤 책들이 있었을까? 문자와 책이 일종의 권력으로 자리 잡기도 했던 시대였다. 한자가 지배층과 지식인의 문자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책들을 보면 조선의 역사를 볼 수 있다. 문화예술학전문가인 이 책의 지은이 김진섭 교수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강의와 교양서 집필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조선의 책들을 ‘지식의 보물창고’라 표현하면서 이 책에 100권 이상의 조선의 책들을 담았다. 책에 담긴 책들을 만나보니, 문자로 기록된 것들이 사대부 그들만의 문화였을 것이라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책에 담긴 글들은 소소한 일상의 기록(아내의 바가지, 자식교육 중 체벌, 유배 중 기록 등등)도 많다.          



크게 3부로 편집되었다. 사대부의 일상을 읽을 수 있는 ‘일기문(日記文)’, ‘이야기책’, ‘백과사전’ 등이다. 일기에는 작성자의 솔직한 표현이나 서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시의 사회상을 들여다보는 계기도 된다.『묵재일기(黙齋日記)』의 제작 시기는 미상이나 편저자는 묵재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이다. 일상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매우 꼼꼼하고 풍부하게 수록하여 16세기 조선 중기의 생활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성공한 노비는 노비를 두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이문건 집안의 노비 억금은 재산도 상당했던 모양이다. 고리대금업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은이는 단순히 일기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기문 속에 담긴 내용을 통해 그 시대 인재등용, 시묘살이등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470여 년 전에 사대부가 30여 년간 한문으로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묵재일기』는 중간에 유실된 부분도 있지만 현재까지 전하는 일기문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사대부의 인간관계를 읽을 수 있는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의 미암일기(眉巖日記), 당시의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소상히 기록한 율곡 이이의 석담일기(石潭日記), 지방선비의 시대의식을 읽을 수 있는 이재(頤齋) 황윤석의 이재난고(頤齋亂藁)등도 읽을거리다.           







이야기책이 궁금했다. 제대로 된 한국소설이 나타나기 전엔 설화문학(說話文學)이 있었다. 조선 초에 고관, 문인, 승도 사이에 떠돌던 기발하고도 해학적인 이야기를 들은 대로 기록한 설화집인 『태평한화골계전』엔 천한 신분의 노비를 비롯해 승려, 기생, 여인 등 유교 사회에서 비주류 또는 약자에 해당하는 계층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그들의 무지나 천박함을 조롱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을 통해 지배계층의 허세나 무능 또는 지나친 욕심 등을 지적하는 것이 특징이다. 낯설지 않은 책제목인『금오신화』는 김시습이 금오산에서 지내며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단편 소설집이다. 단편 5편이 수록되었다. 한국 소설의 발달 과정 중 『금오신화』에 이르러 소설이라는 문학 양식이 확립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싶다는 의지가 보이는 백과사전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지봉유설(芝峯類說)은 지봉 이수광이 세 차례에 걸쳐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된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식생 등 총 3,435항목을 다루었다. 항목마다 다양한 내용과 함께 비평, 고증을 곁들였다. 이외에도 역대 고금(古今)의 사적을 참고하여 엮은 유서(類書)인 잠곡(潛谷) 김육(金堉)의 유원총보(類苑叢寶), 천지문, 만물문, 인사문, 경사문, 시문문의 5가지 문(門)으로 분류한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 등이 소개된다.      




이 책엔 많은 자료가 실려 있음에도 지은이가 대중서로 편집 정리를 했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연구논문 등 많은 자료를 참고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출간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통해 책속의 책을 만나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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