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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02. 2023

튀어오르는 문장들





#오늘의리뷰     



【 사소한 취향 】 - 교유서가 소설 

  _김학찬 / 교유서가          




우리는 누구나 무엇이 되고 싶어 합니다. 아니 반대로 그저 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꽤 있지요. 그러나 가끔은 지금 나의 모습에 만족스럽지 못해서(만족스러운 사람이 많을까요?)뭔가 되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이 말을 꺼내는 것은 이 단편소설집의 주인공 몇 사람은 무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데 되다가 만, 또는 되어가는 중인 미완의 삶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단편 소설집의 작가 김학찬은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책 『사소한 취향』외에도 장편소설 『굿 이브닝, 펭귄』, 『상큼하진 않지만』 등이 있습니다.      




이 소설집 『사소한 취향』엔 「우리집 강아지」외 9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소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추스린 이야기들이지만 다른 세상 같은 느낌도 듭니다. 첫 번째 단편인 「우리집 강아지」의 첫 시작은 이렇습니다.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 이런? 그럼 나도 개새끼? 제겐 세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사실 형은 넷이나 됩니다. 넷 중 세 형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아가시고 하나의 형만 남았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형한테 치여 사느라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로 주인공의 기를 꺾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성경에 나오는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라는 말로 위로를 삼습니다. 그렇게 멀어지고 싶던 형이었지만, 돌고 돌아 결국 형이 벌린 이상한 사업체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반골심에 직원들과 짜고 형만 남겨둔 채 모두 나와 같은 사업체를 차리지만 모두 말아먹고 다시 형 밑으로 들어갑니다. “언젠가, 기회는, 온다. 언제라도 기회는, 온다. 반드시, 온다.”하고 다시 형의 뒤통수를 깔 수 있는 날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제목에 쓰인 강아지는 뭐냐구요? 글쎄요. 그 강아지는 그 집 식구들에겐 애증의 대상인 듯싶습니다. 아니면 주인공이 자신의 집과 가족이 개판이라는 은유적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참 어쩔 수 없는 인간관계가 형제 또는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회생활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 나와 코드가 안 맞는 사람들은 안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렇지 못하지요. 참으로 질긴 인연, 숙명의 인연이지요.     






「프러포즈」라는 단편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 제목으로 쓰인 ‘사소한 취향’이 이 단편에 등장하는군요.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로 시작합니다. 우선 소설가가 등장하는 소설은 질색이라고 합니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지요.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이 단편의 하이라이트는 어찌어찌 주인공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작가 겸 프리랜서로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합니다.  어느 날 출판계에 종사하는 선배로부터 도쿄에 가서 하루키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오라는 부탁(이지만 명령에 가까운)을 받습니다. 그리고 일본으로 날아갑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루키를 우연히 몇 번 만납니다. 그렇다고 말을 제대로 걸어 보지도 않습니다. 그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주인공은 선배에게 줄 원고를 미리 써놓은 터라 천하태평입니다. 조금은 황당한 스토리지만 읽는 재미가 있더군요.      




앞부분에도 이야기했지만, 작가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그 인물들이 살갑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한 편 한 편 소설들이 흥미롭고, 문장들이 톡톡 튀어 오릅니다. 언젠가 남해바다를 관광하면서 본 바다에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은빛 비늘들이 태양빛에 반짝이듯 그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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