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를 다시 봤다. 집에 먹을 쌀이 다 떨어져서 할머니를 찾아갔던 애순이는 할머니 앞에서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마지막 체면 때문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애순이는 용기를 내서 할머니를 찾아갔다. 그리고 애순이는 가족을 위해서는 어떤 체면도 마다 않는 사람이 되었다.
체면 때문에 꼭 해야 하는데 못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체면 때문에 안 해도 될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 부장은 체면 때문에 안 해도 될 일들을 마구 하고 다닌다. 홀인원을 했는데, 체면 때문에 비싼 소고기를 사고, 체면 때문에 150만 원짜리 골프공을 산다.
나는 체면 때문에, 그리고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는데, 최근에 용기 있게 해 봤다. 귀를 뚫었다. 귀걸이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남들 눈치를 보느라 못하고 다녔다. 우리 회사가 보수적인 분위기도 아니건만, 귀 하나 뚫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 같지도 않았지만, 혹여 누가 뒤에서 욕하기라도 할까 봐. 귀 뚫었다고 내 인사평가를 좋지 않게 줄까 봐.
더 젊은 나이에 멋진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귀를 뚫고 출근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대표님도 신경을 안썼다. 이렇게 자유로운 회사였나 싶을 정도로. 우리 회사 전체에서 나 혼자 귀 뚫은 남자지만, 일하는 능력이랑 귀 뚫은 게 무슨 상관이람.
막상 해 보면 다 별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