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1일 차
도쿄 도포마에 역 근처에 ‘도쿄도청 북측 전망대’라는 곳이 있다. 청사 맨 꼭대기 45층에 관광객들을 위한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는데 야경이 꽤 볼만하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좁고 단 2대만 운행을 하는 탓에 최소 30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야경이 잘 나오게 사진 몇 장을 찍어주고 창 밖으로 반짝이는 도심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이 우주의 티끌먼지일 뿐이야’
아무래도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서 도심의 전경을 바라볼 땐, 한 번씩 이런 생각을 해주어야 한다. 저 좁은 콘크리트 덩어리 안에서 나는 뭐 한다고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는가. 인생은 찰나와 같고, 나는 이 광활한 우주의 한낱 먼지 같은 존재다. 너무 애쓰지 말고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게 내버려 두자. 그렇게 다짐하고 깊은 숨을 몇 번 내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번 일본여행의 컨셉은 힐링이기 때문에,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를 피해 도쿄역 광장에서부터 이어지는 길을 따라 혼자 걸었다. 이럴 거면 굳이 도쿄에 올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내가 좋았으면 된 것 아니겠나. 신발을 편한 걸로 골라 신었는데도 평소에 안 들고 다니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하루 종일 걸었더니 발바닥이 아파온다.
나는 대충 미리 숙소만 잡아놓은 다음에, 숙소 근처에 꼭 가보고 싶은 장소를 몇 군대 정해두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을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고 내키는 대로 할 작정이었다.
실제로 첫날 꼭 가보고 싶었던 도쿄역 광장에 가서 보니 탁 트인 전경이 너무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그 근방을 거닐면서 오랫동안 그곳의 정취를 즐겼다. 그런데 막상 그 근처에는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질 못하고, 배가 고플 때마다 편의점에 들러서 허기를 달래고 말았다. (미니스톱에서 파는 계란 카스테라 맛이 정말로 끝내줬다!)
도쿄역 근방을 해가 질 때까지 거닐다가 저녁 6시가 넘어서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땀을 흘렸으니 샤워를 해주고 잠깐 앉아서 쉬다가 다시 전망대를 보러 나왔다. 전망대를 구경하고 내려오니 밤 9시가 되었다. 오늘 하루가 가기 전에 그래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한 번 해줘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신주쿠로 향했다. 처음 가본 신주쿠는 역시나 사람이 바글바글 했는데, 곁으로 보기에는 서울 명동이랑 별다를 게 없었다.
허나 사람도 그렇듯, 뭐든지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하면 안 되는 법이다. 시부야의 덴뿌라는 과연 서울의 튀김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튀김은 아무래도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튀김옷 안에 새우살이 그야말로 탱글탱글하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하면, 새우튀김만 열 마리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신주쿠에서 식사를 하면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들과 소소하게 담소를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조금 했는데 웬걸, 회사에서 단체로 회식을 하러 왔는지 식당에 시커먼 양복을 입은 직장인 아저씨들만 득실득실했다. 회식도 하필이면 남초회사 회식인가 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에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맛있는 덴뿌라가 있으니까.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어도, 손 잡고 걸을 애인이 없어도 충분히 혼자서 행복한 여행을 보낼 수 있는 사내, 그것이 바로 나다.
앉아서 맥주를 한 병 더 마시고 싶었는데, 막차 끊기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해서 금방 일어났다. 일본은 택시비가 사악하기 때문에 쓸데없이 주접을 떨면 여행경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오늘 여행은 나름 선방한 것 같다. 내일은 또 한 번 우주먼지가 되기 위해서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에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