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패와 성공, 그것은 하나의 과정

실패에 관한 고찰 #3

by 나의해방일지

가끔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악몽을 꾼다. 그럴 때마다 꾸는 악몽 레퍼토리가 있는데, 군대 다시 가는 꿈이랑 수능 다시 보는 꿈이다. 수능시험 치른 지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그런 꿈을 꾸는 걸 보면, 그 시절 느꼈던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크긴 컸던 모양이다.


학창 시절 수능 스트레스가 컸던 이유는, 대학입시가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단 한 번의 시험결과가 인생을 결정짓는다니 얼마나 부담이 됐겠는가. 물론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학벌이 중요한 건 맞지만, 지금은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기왕이면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좋겠지만, 거기에 목숨걸 필요는 없다. 내가 직접 대학을 다녀보고 대학원도 졸업해 보니 결국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지 학교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 실력은 내가 스스로 쌓는 것이지, 대학 졸업장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공부는 대학 졸업 이후에도 평생토록 해나가야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좀 더 긴 안목을 갖고 학창 시절부터 나의 성장을 목표로 공부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고등학교 땐 오로지 대학입시가 공부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입시에 필요 없는 과목 수업 땐 (나는 수포자였다) 입시과목 문제집을 펴놓고 문제를 풀었다. 만약 그때 순수하게 수학을 배우면서 논리적 사고와 추론 과정을 즐기는 경험을 했다면, 비록 수능 성적은 좀 떨어졌을지 몰라도 탄탄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길러낸 생각의 힘은, 수능 성적표와는 달리 사는 동안 평생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나이 40이 다 되어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공 그 자체를 목표로 삼거나, 실패 그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모든 경험을 나의 성장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나는 최근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겪었다. 내가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조차 많은 시간이 필요할 만큼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인생은 하나의 과정이다.”


성공이던, 실패던 나를 더 성숙한 존재로 만드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자. 내가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자.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시느니라." (잠언 17:3)


연단이란, 쇠붙이를 불에 담그고 망치로 두들겨 견고하고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다. 담금질과 망치질이 있어야 비로소 쇠붙이가 자신의 쓸모를 갖추게 되듯이, 사람도 실패와 아픔을 통해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나는 내 인생에 주어진 실패와 고통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25년 2월 제주가는 비행기 안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