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관한 고찰 #4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도 필요하지만,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할 용기도 필요하다. 나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 앞에서 내 탓을 하기보다 남 탓을 하고 환경을 탓한다. 실패를 경험한 순간, 나를 돌아보고 내 잘못을 인정하고 내 탓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실패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고 내가 아닌 무언가의 탓으로 규정하는 것은 쉽다.
물론, 그 실패가 정말 나와 1도 상관없는 실패라면 굳이 내 탓을 하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세상의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 나의 부족함과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살아보니 남을 탓하는 태도나 생각은 그다지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남을 내가 변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오직 '나'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나에게 달렸다. 내가 변하면 상황이 변하고, 내가 변하면 삶이 변한다. 그렇기에 실패 앞에서 도망치기보다는, 용감하게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또 그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패하고 또 실패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내 잘못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처음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나에게 닥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결혼생활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아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노력하면 다시 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났고, 수년간 쌓아 올린 결혼생활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걸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내 욕심과 미련으로 상황을 바꿔보려고 몇 개월간 애를 썼다. 하지만 결국 서로 상처만 더 주고받고, 우리 사이가 끝났다는 걸 재차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실패를 인정하지 못한 상태에선, 실패의 구렁텅이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국엔,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의 실패를. 그리고 난 비로소 그 실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실패를 겪는 일 보다, 어쩌면 그 실패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기도 한다. 그들은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실패의 경험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다만 나의 경험과 생각이 지금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