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풍부한 경험

‘경험’란 무엇인가?

by 유이지유

“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야!”



...라고 등을 기대며 자기 인생 여정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아스라한 기억을 되짚는 얼굴에는 자만이 넘친다.


“대하소설 감이지!”

말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겠구나’ 알긴 해도 추억팔이에 공감이 일지는 않는다.

오히려 헛웃음, 혹은 비웃음이 스며 나오려는 것을 누르느라 헛기침과 헛동작으로 시선을 분산시킨다.


경험을 자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 자랑하기 위한 경험은 ‘경험’이 아니다.


“가평에 새로 생긴 스포츠파크에 레포츠가 스릴 만점 죽인데, 한 번 가보자.”

“인생 경험 다양하면 좋잖아, 체험 학습 다양하게 하면 좋잖아. 인생 경험 풍부해지고,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도 있고….”


기분 따라 상황 따라 마음대로 얼마든 선택할 수 있는 행위들.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잉여도 경험인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디저트 애피타이저 같은 것을 ‘경험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서 ‘경험’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경험 (經驗) ① 실제로 해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

② ⦗철⦘감각이나 지각을 통해 얻어지는 내용.


‘실제로 해보거나 겪은’이라는 의미로 보자면,

자랑할 수 있는 행위에 속하는 것들을 ‘경험’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억지로 얻으려고 해서 얻어진 것이 아닌 것! 원하지도 않았는데 당해서 얻은 것!

이런 행위를 ‘경험’이라 생각하고, ‘경험했다’ 말한다.

놀이동산에 놀러 가거나 쇼핑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무리 단발성 행위라 해도 일상이라 부른다.

불필요한 움직임이었을 뿐이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해도 그 행위에 의미가 담긴다면 그것을 ‘경험’이라 한다.


실제로 해보거나 겪어서 얻는 지식이나 기능이 자만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체’화 되었겠는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당해서 얻게 되는 것은, 당하는 순간부터 그것에 관한 생각을 버릴 수 없게 된다.

왜 자신이 이런 일을 겪는가부터 시작해서 결론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그 행위가 지나간 후에도 똑같은 경험을 겪지 않기 위해 곱씹고 곱씹는다.

원하지도 않지만 겪었고,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고뇌하고 인내했기에 체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험은 사탕이 아니라 사약 같은 것이다.


어감이 이상하긴 해도 ‘전문화’되는 것이지 자랑거리로 남는 게 아니다.

아무리 대단했어도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고 깨닫는 것이다.

그러기에 경험을 자랑한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경험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해보거나 겪은 일’을 자랑하는 것도 경험이겠으나 경험이 아니며,

거기서 얻은 전문화될 수밖에 없었던 ‘지식이나 기능’이

실제로 겪은 일보다 실제인 경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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