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레몬차

12월 20일[오늘의 삶그림] 레몬 홍차

by 유이지유

12월 20일[오늘의 삶그림] 레몬 홍차

칼바람을 뚫고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언니가 만들어준 레몬청으로 레몬차를 만들어 마셨다.

달달하고 따뜻하고 향기롭고 좋구나~

먹어도 먹어도 허전한 요즘 달달한 게 무지 당긴다.


*다이소에서 2,000원 주고 산 유리컵.

"맘에 들어~"

뚜껑은 평소에 쓰는 600 보틀컵이랑 사이즈가 똑같아서 활용도가 높다.


*

평소에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로 시작을 한다.

그러나 요즘은 마셔도 어차피 정신 못 차리는데

"당기는 대로 살지 뭐!"

착실히 확찐자의 길을 걷고 있다.


1차로 레몬차를 마신 후,

다시 정신줄을 붙아야 할 때쯤

2차로, 남은 레몬에 홍차를 우려서 레몬 홍차를 만들어 마셨다.


일본에서 보내준 ‘립톤 옐로우 라벨 홍차’의 유통기한을 또 넘기고 말았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나를 위해 일본에서 각종 차를 보내 주신다.

겨울에는 특히 생강홍차를 좋아해서 홍차잎은 물론, 홍차 티백까지 넘치게 보내 주신다.


그러나, 가출하는 정신과 배고픔까지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주로 라떼를 마신다.

커피는 유통 기한을 넘긴 적이 없다. 이래서 차 종류는 뒷전이 되고 만다.

그 사이에 일본에서 또 새로운 차들이 도착한다.

그러다 보니 늘 유통기한을 넘기고 만다.


유통기한이란 소비자의 판매기한이라, 지나서 마셔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신경이 쓰이면 유통기한 전에 냉동을 시켜두면 몇 년은 버텨 준다.



"소비기한 안에는 마셔야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식품소비의 최종시한'이라는 소비기한.


문제는 이 소비기한이 제대로 표시된 게 없어서

언제까지가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최종시한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거다.

작위적으로 판단한다. 기준은


"먹고 안 죽으면 괜찮은 거지, 뭐!"




어떻게든 마시려고 노력하지만 늘 기한을 지키기가 어렵다.


보내준 성위와 감사한 마음을 잊지는 않으려 하지만

눈 앞에 것들에 현혹이 되고 만다.



"원래 어떤 맛이었더라?”





꽃이 피면 지듯, 시기라는 것이 있다.

가장 딱 맛있고 좋을 시절을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장 ‘적당한 때’를 알고 사는 인생이 몇이나 될까?

알더라도 내 맘 같지 않다.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기 쉬운 것들, 쉬운 마음들이 가득하다.

한때는 그렇게 소중했던 것도, 그토록 소중했던 관계들을 잊고 살아간다.

잊으려고 해서 잊는 게 아니라 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살아가기 때문이다.



상품들처럼 유통기한을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면 덜 실수할까?

그러지 않을 것 같다.

알면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살아보지 않아서

오만을 하고,

이미 살아본 인생은 쌓아온 경험 때문에

자만을 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기 일쑤이다.

죽다 살아난 경험을 하고도 바꾸지 않는다.

바꾼 듯 보여도 잠시 잠깐일 뿐 그새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 같은 고집을 피운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유통기한은 지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소비기한은 지키는 인생이었으면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행성] 레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