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 오늘의 삶그림
우리 집은 배산임수.
산 바로 아래 자리 잡아 자연 친환경적이다.
아침저녁으로 고라니가 뒷밭에서 작물을 뜯어먹다가 인사하고,
가끔은 총소리에 놀라 뛰쳐나가 보면 멧돼지 포획을 구경하기도 한다.
이토록 자연과 붙어 있다 보니,
온갖 벌레들이 인사를 하러 온다.
침입을 막을 수 없다.
봄가을에 주기적으로 강력 방역을 해도 소용이 없다.
싹 잡더라도 한 때뿐, 어디서 스믈스믈 모여든다.
워낙 다리 많은 것들이라 참 스멀스멀 잘도 나타난다.
한 번은,
천장에서 지네의 직격을 당했다.
뒷산이 질 좋은 점토질 토양인지라 지네가 그렇게 많다.
이불 밖은 위험하대서 이불 안에서 뒹굴거렸는데
이불 안도 위험하다.
자다가 골로 갈 뻔했다.
*
엄마가 탕국을 끓였다.
아시다시피 탕국은 가마솥에 한가득 고아야 참맛이 우러나는 음식이다.
소화에 좋은 무, 다시마, 두부는 물론
황태포, 고기 등의 영양 만점의 음식이다.
푹 끓여낸 탕국을 뜨려고 하는데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것까지 까꿍~!
인사를 하네.
"어, 너 걔랑 참 비슷한데. 뭐지?"
지네라고 하기엔 다리가 없고, 사이즈는 좀 작은데...
아, 밀웜! 근데 넌 참 색이 까맣구나.
추정 결과, '노래기'인 듯.
요즘 무지 피곤했는데 단백질 보충을 시켜주려고 알아서 퐁당해준 걸까?
밀웜 같은 벌레가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는다는데,
뒷산 청정 토양에서 좋은 것만 먹고 자랐을 거라 먹어도 죽지는 않을 텐데...
건강 생각해서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않나?
어릴 때는 먹기 바빠서 있어도 있는 줄도 모르고 게눈 감추듯 먹어댔을 것이다.
... 그래도... 도저히... 차마…
된장, 아까운 탕국.
.
.
.
아빠도 단백질 보충해야 하니까,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