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왼손잡이
3월 1일 - 오늘의 삶쓰기
'난 어쩌면 왼손잡이였을지도...'
*
약 한 달 전, 충동적으로 뒷머리를 갑분 싹둑하는 바람에
'이생망, 이생빵(이번 생 찐빵)'머리를 만들고 말았다.
비도 와서 갈 곳도 없고, 시간이 널널한 연휴.
이생빵을 다듬어보기로 했다.
왼손으로 오른쪽 머리 조금 싹둑,
오른손으로 왼쪽 머리 조금 싹둑.
신중에 신중을 기해 머리 스타일은 이생빵을 면했는데,
오른쪽 얼굴 턱을 가위로 자르고 말았다.
또, 참사. 피 줄줄~
왼손으로 오른손용 가위질을 하니 서툴 수밖에.
*
지금에야 왼손잡이가 특이할 것도 없는 세상이 됐지만,
어릴 때 할머니에게 자주 들었던 말.
"양반 집안에 쌍놈이 태어났다."
나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왼손으로 젓가락을 사용했다.
밥상에서는 무조건 오른손으로 밥을 먹어야 했다.
집안에서의 구박, 밖에서는 사람들의 힐끗거림과 부러움 어린 시선에
상황에 따라 왼손 오른손 바꿔 쓰게 되었다.
첫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오른손으로 배워서 그런지 오른손으로 한다.
(습관은 본성도 이기나 보다. 매일 사용한 쪽을 따라가지 못한다.)
젓가락질은 아무리 혼이 났어도 고치지 못했다. 마우스도 항상 왼쪽이다.
평생 양손잡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난 어쩌면 원래는 왼손잡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상황과 환경 때문에 양손잡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항상 왼쪽이 문제였다.
교통사고를 당해도 왼쪽 목과 어깨를 다쳤다.
넘어져도 왼쪽 엉치와 무릎을 다쳤다.
눈에 병이 생긴 것도 왼쪽이다.
혈압 이상도 사용하는 손 쪽에 생긴다고 하는데 역시나 왼쪽이다.
웬만한 일은 양손으로 가능하지만,
웬만한 도구들이 오른잡이용이다 보니 불편하다.
앉는 자리며, 손잡이, 놓여있는 물건들 위치 등등
양손잡이니 좋겠다 "자랑질이냐?"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양손잡이로 살아보면 알 것이다 차라리 왼손잡이가 낫다는 것을...
이미 연구 결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
*
시대와 시류가 바뀌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은 없어졌지만,
불편한 것은 여전하다.
어쩌면 나 자신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한쪽으로 확실하면 좋은데,
오른쪽에 붙는 것도 아니고,
왼쪽에 붙는 것도 아닌 어중간이다 보니 말이다.
세상이 똑바로만 보일 리가 없다.
'왼쪽도 보이고 오른쪽도 보이는데 어떻게 한담...'
나 같은 인간이 있어도 상관없지 않나?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 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왼손잡이> - 패닉
이상한 자들이 세상을 다채롭게도 하는데...
어느 쪽으로도 확실하지 못해서 고민이 길어진다.
타고나길 이렇게 타고났고,
살아오길 이렇게 살았으니 하는 수 없지 뭐.
*
보이는 것들에서 다양한 삶과 다양한 길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