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동화가 필요한 이유

6월 6일 - 오늘의삶 그림

by 유이지유

<동화가 필요한 이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들에게는 순수했던 나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이야기들.

입으로 전해지면 우리는 대게 그것을 ‘전설’,

글로 쓰인 것을 ‘동화’라고 한다.


대체로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로 시작하는 동화는,

언뜻 보면 우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고, 지도상에도 없을 것 같은 세계에서나 일어난 얘기들로 인식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물고기 꼬리를 가진 공주라든가, 엄지손가락 반 마디 만한 아이가 있을 리가 없다.

아이를 잡아먹는 늑대며 괴물이라든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마녀와 악마가 있어서 우리를 해칠 리가 없다.


동화 속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포근한 이불속에 누워 듣는 우리 세상에 비교해 볼 수도 없다. 그러니 동화라는 건,

역경과 불행에 맞서는 꿈과 희망적인 아름다운 상상 속 이야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이야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말했듯, 옛날 옛적 이상한 나라에서나 있음 직한 허구의 이야기이니까.



<눈의 여왕> 이미지

여기서 문득 몇몇 궁금증이 든다.


동화라는 게 정말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을까?

인류사에서 아이가 인격체로서 대우받기 시작한 게 언제였을까?


성인 여성조차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멀지 않은 이야기다.

시곗바늘을 꽤 많이 돌리지 않아도 된다.

자본주의를 꽃피운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에서조차 아이들은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찰스 디킨스 같은 거장이, 끔찍한 처우의 ‘구민법’을 풍자하기 위해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소설을 썼을 정도이니 말이다.

중노동과 굶주림, 학대와 매매, 실인 등….

('눈의 여왕' 이건 내 기준에서는 '아동 납치물')


진짜 동화는 달콤한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잔인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교훈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엄마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는 생존을 위한 도구였다.

꿈과 희망은커녕, 살아남기 위한 안전교육과 교훈이 급선무!

동화는, 유화시키고 우화 시켜 진실을 우회해 들려주기 위한 교과서였다.


영아 납치, 살해 같은 게 넘치는 교과서가 이제 우리에게는 필요 없어졌나?

동화의 설정을 현대의 코드로 바꿔 보면 사정이 다르다.

현재에 똑 들어맞아서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소름 끼칠 정도로 변한 것이 없어서 이처럼 완벽한 교육서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런 교훈이 과거만의 이야기일까?

아닌 것 같다. 최근의 빈번한 사건·사고들을 보고 있자니….

사람 목숨 귀하게 여기는 건 과거에 비할 바 없지만,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잔혹한 범죄는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것 같다.

옛날 옛적의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라 치부할 수 없는 게 아쉬운 현실이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살아왔다.

무리 속에는 천사도 악마도 존재한다.

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인지 구분할 수 없다. 다만 조심하고 또 조심할밖에….

인간만이 인간을 사냥하고 인간을 죽이며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인간은 같은 짓을 반복한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야수와 악마는 상상할 수 없는 잔혹과 참혹함으로 실체를 드러낸다.

누군가는 사냥하고, 누군가는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연약한 아이들은 특히나 더.


그러니 동화를 읽어야 한다.

예쁘게 포장된 동화 속에서 참혹하리만치 냉혹한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진흙탕에 박힌 두 발을 두 눈 뜨고 보면서도 꿈을 꾸기 위해서 말이다.

꿈과 이상과 희망의 세계에 심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 똑바로 차릴 지침서로써 말이다.

그러니 많이 읽어야 한다.

머리맡에서 듣는 동화는 ‘좋은 꿈’을 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과 마주할 준비를 하기 위함이다.

결코 달콤하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동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행성]지역화폐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