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수험생이 사는 세상

유짱의 지구별 표류기

by 유이지유

[수험생이 사는 세상] 00화




우리들의 선조!


예컨대 조선 시대의 수험생들에 대한 얘기를 잠시 해볼까?







어린 시절 교육자 집안의 달달달 주입식 교육 덕인지


소과를 한 방에 죽은 죽 먹듯 패스하였으나,


주색잡기에 눈을 뜨는 나이가 되고 보니,


공자 맹자 어쩌구 하는 게 눈에 들어 올 리가 있나?


주색잡기에 빠졌지.




급 맞는 유생들과 베프를 먹고.


한창 물오른 리즈 시절을 맞이한 우리의 민 모군은


3대가 당사관인 안동 권씨 차남,


역시나 쟁쟁한 집안의 친구들과 한양 길바닥을 주름잡기 바빴지.


저잣거리를 지날 때마다 자지러지는 아녀자들과 주고받는 희롱의 맛이 오죽했어야 말이지.




"여기 좀 봐주세요. 민 도련님~"




저잣거리를 한 바퀴 휘~돌고 나면


귀신같은 솜씨로 두루마기 사이에 끼어 넣은 서신이 몇 통인지...




“김 판서댁 열녀문 며느리. 오늘 밤, 물레방앗간에서?”


“역시 요즘 부녀자들은 화끈한데!”


“오호~이건, 최대감집 셋째 딸, 콧대가 장난 아니라더니 드디어 자네한테 넘어왔군.”


"그동안 들인 공이 얼만데..."


“기생집 출입도 자제하더니만 보람이 있군, 그래! ㅋㅋ”




'세책가'에서 안면을 튼 민 모군과 최양은


사대부가의 적년기 자제들답게 상대에 대한 등급 판단이 필요했거든.


사대부 자제라면 당연히 공무원 등급 여부가 혼사의 관권이었으니까,


관리를 얼마나 해댔던 민 모군이다. 당장에라도 붙을 것처럼 있어 보여야 하지.


서신을 트고부터는 책을 펴도 최 양 생각,


자리를 펴고 누워도 최 양 생각에


피가 아랫도리로 쏠리던 민 모군이었어.




주색잡기로 보낸 시간에 하도 익숙해져서 서책은 눈에 들어오지는 않고,


과거 급제는 꿈같기만 하여라~


과거 급제도 못한 처지에 혼담을 넣기에는 급이 안 맞는다고 거절을 놓네.


급 우울!




혼담도 안 되는 마당에 주색잡기나 하자!


한양 기생집이란 기생집은 휩쓸고 다니며


‘부어라, 마셔라, 벗어라~’


개의 짓거리를 하고 다니네!






그러던 어느 날, 대사성인 할아버지가 더는 볼 수 없다며 민 모군을 부르시네.




"알아서 정신 차릴 줄 알았더니... 집안 망신이란 망신은 다 시키고 다니는구나.


내 더는 두고 볼 수많은 없다."




민 모군이 정신 차리고 돌아올 줄 알았거든.


대장부가 한 번쯤은 맛 가는 거야 당연한 거고,


자신도 젊은 시절 그런 적이 있었더랬으니까.


그런데 민 모군의 하는 짓거리는 해도 해도 도가 지나쳤던가 봐.


어린 시절 총명했던 민 모군의 환상에서 벗어나질 못 하셨던 거지.


게다가 자신의 세대와 요즘 세대의 사고가 확 바뀐 걸 모르신 거야.


아무튼!




"이번 식년시 대과에 급제를 하면 니 소원대로 내 책임지고 최대감집 셋째 여식과 가약을 맺어주겠다."


집안을 위해 민 모군 사람 만들기 위한 제안을 하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내 좋은 곳을 마련해 두었다.


거기 가서 과거 급제할 때까지 집안엔 얼씬거릴 생각도 말거라."


한창 물오른 리즈 시절의 민 모군은 하는 수 없이 길을 떠나는 팔자가 되지.




과거 급제 하야, 입신양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 안락한 생활을 뒤로하고.








"내 젊은 시절 학구열을 불태웠던 곳이다.


모든 근심과 상념을 떨치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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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조선 시대 공부의 핫 플레이스라는 곳은,


'산 좋고, 물 맑은 곳.'




즉, 첩첩 산 중 깊숙이 들어 선 절간에 딸린 정자나 초가집을 말하지.


산 좋고 물 좋다고는 하나,


찾는 이 하나 없는 외딴섬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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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찾을래도 어디 처박힌 지 내비에도 안 나와서

찾을래도 찾는 이가 하나 없고,

딴 짓거리할 유흥거리는 애초에 없는 곳이라

딴 짓거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곳이지.




요즘으로 치자면 기숙 입시학원쯤 될까?


조선의 수험생들은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운둔을 자처했던 것이지.




이 무슨 독수공방이란 말인가.


신세를 한탄해 봐도 딴 짓거리를 할 건 없고,


주색잡기가 그리워 몸이 닳아도 역시 할 건 없고,


얼마 안가 속세의 단맛이 빠지고 나면


결국 제풀에 지쳐하는 수 없이 할 것이 없는지라 팔자를 받아들이게 되지.





과거급제하여 최 양과의 달콤한 날들을 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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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타오르면 학구열이라는 것도 꽤 무섭거든.



최 양과의 달콤한 밤을 심지로 삼아 피어 올린 학구열은 한 번 붙으니 화르륵~


"내 반드시 과거 급제하고 말리라~~"


"출세하리라~"


라는 열망해 휩싸여서.





이것이 조선의 수험생들의 모습!










***


오늘날, 대한민국의 수험생은-




서울 출신, 민 모군, 대졸 후 3년째 공공 업무 관련 직업 도전 중!


입신양명의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내 반드시 이번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말리라~


출세해서 꼭 장가가고 말 테다~~"




역시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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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첩첩산중 산 좋고 물 좋은 절간에 처박혀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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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울려대는 깨똑 메시지,


포털 사이트의 알 필요도 없는 뉴스와 가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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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러 집 떠나 절간 들어왔댔잖아. "




의지를 불태워도,




"지랄! 유세 떤다. 공부하면 밥도 안 쳐드시냐? 금방 먹고 가!"


"여기 지리산이거든!"


"그냐? 잘 됐네. 마침 거기 유명한 xx맛집 방송 타던데...

한 번 가보고 싶었거든. 라이딩 한 번 뛰지 뭐, ㅋㅋㅋ"




-장원 급제의 원대한 꿈을 세웠건만...






"너 같은 게 뭔 공무원 시험이야?

요즘은 개나 소나 다 공무원 타령이지..."



"수험을 무슨 벼슬인 줄 알아요."



"3년 했음 됐지, 헛꿈 당장 때려 쳐. 어차피 알 될 거.

인생 별거냐? 되는 대로 가는 거지.

어차피 헬조선에서 우리 같은 애들이 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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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이런 베프들 때문에 이성이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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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매진하고 싶어도, 광케이블로 하나 되는 LTE세상!


산속 깊은 곳이든 어디에 처박혀 있든,


속세를 벗어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수험생들!




내 손 안의 갤럭시(우주)를 담고,


사과를 쥐고 있는 동안은 우리가 원하는 낙원으로는 갈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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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유혹에 넘어가 사과를 손에 쥐고 추방당한 아담과 이브처럼.


넘쳐나는 유혹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대한민국의 수험생들은 넘쳐나는 유혹들로부터


자신만의 수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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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수험생들처럼


‘산 좋고 물 좋은 곳’


을 찾아 속세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속세에 살며 속세를 떠난 듯,


속세의 세상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 수험생.






그러기 위해 자신을 수험을 위한 최적형으로 바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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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맞춤형 세상, 수험 맞춤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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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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