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소나 일기] 지난 사랑에 관하여
제2장. 절망의 환희
<지난 사랑에 관하여>
젊은 시절에는 한 번쯤 누구나 열병을 앓는다.
자신이 아닌 것을 자신인 양, 자신보다 애달파한다.
상대를 애달파하는 것이 자신의 구원이 되는 양.
운명처럼 사랑한다고 하지만,
우연을 운명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사랑이다.
나 또한 젊은이인 시절이 있어, 열병에 시달렸다.
나는 그대를 사랑했나?
오래전 끝난 사랑이지만, 이제 와서 물어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사랑하지 않고 그토록 오래 상대를 그리워할 수 없을 테니까!
모두가 그런 걸 사랑이라고 했다.
시련과 역경을 함께하고, 애달파 그리다가 떨어질 수 없어 결혼에 이르기까지 하고…
나도 그대를 그렇게 사랑했다.
각자의 사정으로 다른 길을 걸어야 했지만, 모두가 말하는 사랑이었다. 내 감정은 나의 것이라 자랑할 만했다. 사랑만으로 숨 가빠 죽을 듯 사랑했다. 그렇게 여기며 아름다운 시절로 추억했다.
홀로 되어 달리 할 일도 없고, 숨 가쁘지 않은 때라야 지난 사랑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동안은 사랑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드디어 사랑에 대해 생각이란 걸 해보았다.
지인 결혼식 뒤풀이에서 마주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알아보지 못했는 현실의 그대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대.
그대도 그대의 생활이 있고, 나도 나의 생활을 영위하며 지낸 세월이 묻어나는 우리.
그대의 인생살이를 여러 번 지인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적당한 배우자를 만나 적당한 살림살이에 자녀를 낳고 모날 것 없이 살았다고…
인생은 풍문으로 듣는다.
어차피 풍문으로 듣는 인생은 그렇다.
그대의 지난 삶이 풍문으로 들을 만한 인생다워 보여서 안심했다.
참 다행이라 여겼었다.
소문만큼 안도할 인생으로 그대와 나 사이를 메우는 우리의 추억.
추억 속의 그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현실의 그대는 다행이란 평만큼 다행인 모습이었다.
반가움과 안도의 눈인사를 건네고 각자의 길로 돌아선 우리...
방금 전의 만남에도 그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나니,
당시에도 스멀스멀 들었던 의문에 답에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사랑 ‘자체’라 여겼던 것은 그대가 아니다.
자체는 사랑이라 믿는 ‘자신’인 것을, 사랑이라 부를 것은 ‘주변부’이다.
주변부를 사랑했어야 했는데, 나는 자체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했다.
그러므로 의문은 그렇게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다.
나는 그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상대를 사랑한 적이 없으므로.
*
사람들이 평가는 뭐였을까?
운명같은 사랑이라 평한 그들의 안목은 뭘까?
그렇다면 그들도 사랑 아닌 사랑을 한 것이다.
자신과 사랑에 빠진 그림자 자신을 사랑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