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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지유 Oct 18. 2022

[단상단편] 아빠의 아침

[아빠의 아침]


방 밖에서 소리가 났다. 덜그럭덜그럭.

눈이 번쩍 떠지며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아직 숫자 5자를 넘기지 않았다.

어스름한 불빛도 새어들지 않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달도 별도 뜨지 않아 어둠만 완벽히 차 있었다.

어둠을 뚫는 소리의 주인공은 아빠였다.


팔순 아빠의 아침은 언제나 이르다.

그 새벽에 누가 본다고 밥은 안 먹어도 세수는 꼭 한다. 준비를 마친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어둠 속에서 신발은 어떻게 찾아 신었나 모르겠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야 하니 어두울 때 일을 나선다.


빛과 어둠의 경계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여름 내내 땡볕에 영근 것들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다.

수고를 모르지 않는 아빠는 마음이 늘 급하다.



오늘 내 신발은 짝짝이였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 데 갈아신기 귀찮았다.

언제 무슨 일로 저세상 갈지 모르니 늘 단정해야 한다는 아빠와 달리 귀찮음이 승리한다.


그 아빠에 그 딸이라 늘 5자를 넘기지 않았다.

아빠 못지않게 어둠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빛에도 어둠에도, 일상에도 이상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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