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침]
방 밖에서 소리가 났다. 덜그럭덜그럭.
눈이 번쩍 떠지며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아직 숫자 5자를 넘기지 않았다.
어스름한 불빛도 새어들지 않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달도 별도 뜨지 않아 어둠만 완벽히 차 있었다.
어둠을 뚫는 소리의 주인공은 아빠였다.
팔순 아빠의 아침은 언제나 이르다.
그 새벽에 누가 본다고 밥은 안 먹어도 세수는 꼭 한다. 준비를 마친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어둠 속에서 신발은 어떻게 찾아 신었나 모르겠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야 하니 어두울 때 일을 나선다.
빛과 어둠의 경계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여름 내내 땡볕에 영근 것들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다.
수고를 모르지 않는 아빠는 마음이 늘 급하다.
오늘 내 신발은 짝짝이였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 데 갈아신기 귀찮았다.
언제 무슨 일로 저세상 갈지 모르니 늘 단정해야 한다는 아빠와 달리 귀찮음이 승리한다.
그 아빠에 그 딸이라 늘 5자를 넘기지 않았다.
아빠 못지않게 어둠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빛에도 어둠에도, 일상에도 이상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