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삶쓰기 2025.10.10
시기의 지남과 시작을 깨닫는 건, 새벽녘 작업실의 공기가 더는 너그럽지 않을 때다.
온화했던 계절의 끝자락에서 환경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드디어 실행하기로 했다.
새벽녘의 작업실 생활을 청산하고, 방구석으로 옮겨야겠다.
가건물에 차린 작업실은 추위와 더위에 취약했다.
난방과 냉방이 가능하나, 아무리 돌려도 전기세 먹는 하마일 뿐, 사우나와 냉장고가 가능하다.
겨울이 특히 취약한데, 냉동고 아닌 냉장고인 게 어디인가 싶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탁월하다.
실내에서 디톡스 사우나 체험이 가능하며, 롱패딩 착용하고 혹한기를 체험할 수 있음!
그런데 말입니다.
이제 한량으로 살기로 했는데, 사서 고생해야 하나?
돈벌이를 위한 장시간 노동이나 초집중을 할 필요가 없는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나?
게다가 전기세는 현실이다.
돈벌이가 안 되는 끄적끄적에 한 푼이 아깝다. 극단으로 버텨서 뭔가를 만들어내자라는 생각은 접기로 했다. 그러니, 시기에 맞춰 형편에 맞게 살아가면 어떤가.
이 말 위로가 된다. 삶은 계속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완벽주의는 애초에 글러 먹었는데 완벽주의자인 척을 해왔다.
국어가 약했다. 주제 파악을 잘 못하는 바람에 삶이 힘겨웠다.
작심삼일의 비애에만 절어있으면, 작심삼일을 반복할 수 없다.
하지 못한 자신과의 적당한 타협 없이는 작심삼일을 반복할 수 없다.
*
시기의 변화를 감지한 것도 있지만, 벼르고 벼르던 대청소에 나선 것은 널널한 연휴 덕분이었다.
겨울 한 계절 동안은 들여다보지 않을 작업실부터 정리했다.
필요한 것만 집으로 이사를 시켰다. 낡은 데스크톱이 있던 책상 한편이 비었으니 대신 스탠드와 노트북을 놓았다. 테이블 위의 생활 잡동사니는 서랍에 일단 쓸어 넣었다.
상상 속의 저 세계로 입장하려면 생활의 흔적을 없애야 한다.
견물생심! 한 번 꽂히면, 뵈는 게 없어지므로, 뵈는 걸 없애야 했다.
작업에 딱 필요한 것만 두고 눈에서 치웠다.
'안 보이면 장땡이지. 미니멀 라이프 성공인가? 후후'
... 는, 무슨! 그럴 리가 있나!
며칠 후면 작심삼일 시점과 데칼코마니를 이룬 책상을 마주할 것이 분명하다.
뭐 어떤가? 며칠 후 다시 흐트러진 책상 위의 잡동사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되면 그때의 사정에 맞게 또 바꿔가면 되는 일이다.
'Life goes on!' 삶은 또 굴러갈 테니까.
나는 작심삼일이 가능하게 적당하게 굴러 볼 테니까.
‘돌 굴러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