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신공]

2025.10.16

by 유이지유

[차단신공]



요즘 나의 일상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개판’이다.

4시 알람은 가뿐히 무시, 7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뜬다.

그렇게 폭면을 했는데도 눈 뜬 아침이 산뜻하지 않다.

이불을 부여잡고, 이 피로감의 원인이 뭐지?를 복기해 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 배분의 실패다.

요즘 나의 모든 시간과 신경은 ‘돈 굴리기’에 매몰되어 있다.

인간사에 뭣보다 중요한 활동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더 신경을 뺏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몇 푼이라도 늘려보려 돈 굴리기 궁리뿐이다. 그러니 총량 자체도 얼마 안 되는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마는 것이다.


내 안의 ‘이창(異創, 새로운 창조)’ 활동은 시도조차 못 하고 끝난다.

글쓰기를 위한 여러 방법을 구상해도 머릿속에서 끝나버리고 만다.

현실의 ‘시간 없음’이라는 핑계만 남는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내 삶의 엔진이 움직여야 할 방향이 아닌 것들에 모든 연료를 쏟아붓고 있다.


에너지 고갈을 더 부추기는 것은 감정의 파동이다.

신경 쓰이거나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그 감정에 매몰되어버리는 습관.

별것 아닌 일에도 기분이 자꾸 나빠져서 다른 긍정적인 생각을 끼어들 틈을 메꿔 버린다.


요 며칠 의도지 않은 말실수로, 안 좋은 기분을 극복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제는 센터 관리인한테 같잖은 충고까지 들었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솟구쳤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선을 넘었다. 관리인의 지적은 굳이 내가 감당할 필요 없는 에너지 소비처다.

"좋은 게 좋다고 너무 헤헤거렸더니 우습게 보이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더 짜증이다.


불쾌한 감정은 마치 끈적한 늪처럼 다른 건강한 생각을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타인의 무례함과 별것 아닌 일로 인해 마이너스 감정에 지배당한다.

감정의 파동은 퍼져만 갈 뿐, 끊어내지 못하는 자신을 비난한다.


요즘 이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생활에 너무 매몰되어, 내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은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 풀어내지 못하는 내면이 많이 삐쳤나 더 그런가 보다.


긴 복기 끝에 깨닫는다.

‘차단신공’을 펼쳐야 할 때이다.

산뜻하지 않은 아침은 "쓸데없는 것들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나에게 보내는 경고장이었다.

이 경고를 수용하고, 나의 삶을 위해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원인을 차단해야 한다.

불필요한 말 섞기를 피하고, 내 삶에 들어올 건수 자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행위는, 소극적인 도피가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자기방어이다. '개판'이었던 일상을 '나만의 질서'로 재정의하는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내면의 평화와 에너지를 지켜내야 한다.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 주도권을 되찾고,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나의 정신과 시간은 그들의 사소한 무례함보다 훨씬 귀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투쟁 속에 실마리가 있다고 믿고 싶다.


사소해 보이는 의지의 불시착들이 모여, 마침내 오늘을 다시 이어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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