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인-Unbreakable]
0. 스치는 바람이길
0.스치는 바람이길
삶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쌓은 성이다.
셀 수도 없는 스침이 있었다.
스침에 불과하다 놓아버려야 하는 것도 가득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들 했다.
만남으로도 헤어짐으로도 부를 수 없는 스침이 있다.
그저 스치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이미 스치고 난 후의 일이다.
어떤 스침은 스치는 동안은 그 의미를 파악할 수조차 없다. 눈이 부시도록 강렬해서 제대로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잔영을 붙잡고 되새겨 볼 밖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스침이었음을 깨닫는 것은 스친 후이다.
영혼에 각인된 스침을 끝내 놓지 못해서 성을 쌓는다. 되돌릴 수 없어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자의 시간을 걷는다.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당신은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당신은 스쳐 지나는 바람에 불과해야만 했다.
나도 당신에게 그런 스침이길 바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처음부터 조짐이 분명했건만, 태풍의 눈 속에서 거짓을 우겨댔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당신을 스치고 싶어서...당신의 눈동자 속 태풍에 오래 머물고 싶어서...
이제 나는 홀로인 세상에서 우리의 스침을 생각한다.
몇 번의 계절을 돌고 돌며 당신의 의미를 생각했다.
내 영혼에 각인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당신을 이제야 나는 ‘연인’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