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 슬픔으로 더럽혀진 죽음

by 유이지유

[슬픔으로 더렵혀진 죽음]


슬픔으로 더렵혀진 죽음을 원지 않았다.

그런 죽음들이 쌓은 시간을 역사라 부를 수 없었다.


수혜를 받는 자가 내가 아니더라고 상관없었다.

우리의 시간은 우리의 생각보다 찰나이다.

좀 더 나은 인류가 되어간다면, 그 속에서 미소 짓는 자들에 네가 속한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했다.


*

그대는 그대의 시간을 참 빨리도 끝냈네요. 어

쩜 그리 가차 없이 선택할 수 있었나요.

남들은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고 악착같이 붙잡으려 했건만.

나에게 길을 일러준 이가 당신이면서, 당신은 자신의 길은 그토록 헤맸군요.


그렇지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지요. 제 육신 아낄 줄을 몰라 곪아 터지는 상처로 가득했지요.


그대의 하루하루가 그토록 힘겨운지 몰랐습니다.

하루의 생존을 이어가지 위해, 매일 밤 기억을 지웠습니다.

깨고 나서 전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대는 오늘의 삶을 견딜 수 없을 것이기에.


하루의 생존이 힘들어 아무것도 담지 않았습니다.

싸우고 살아내면서 잊고 또 잊었습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그대 스스로 포기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기억하지 못함은 나아가지 못함과 같은 말이기도 했지만, 내일은 그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대의 시간은 어제에 속해 있었고, 그대의 시간으로 나의 내일을 잇는 것이었지요.


괜찮습니다.

그대가 아무런 기억을 갖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대의 기억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테니까요.


그대가 담지 못한 기억은 나의 기억입니다.

나의 시간이 그대를 기억합니다.


나는 내일에 속한 자입니다.

내일에 속한 자는 노래합니다.

그대가 벌인 하루하루의 생존의 나날을.

그 희생이 어떻게 우리의 시간을 이었는지를.


그대는 불멸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더 이상 나이 먹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불사의 생을 삽니다.


슬픔으로 더럽혀진 죽음은 없습니다.

때 이른 죽음과 때 늦은 죽음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죽음엔 이유가 있습니다.


순리를 거스른 죽음에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그대로 인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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