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지난 사랑

by 유이지유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그를 오래 품어온 것처럼, 그도 가슴속에 오래 함께 했던 그녀를 쉽게 보낼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그랬다. 처음으로 준 이에게 얼마나 가슴을 설레고 무너졌던가.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도 내려앉은 마음은 여전히 너의 향기를 쫓았다.

내 발걸음을 인도하고 본능처럼 그 향기를 찾아다녔다.


나는 충분히 그를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손을 내밀 수 있었다.

나의 손을 맞잡는 그를 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이 지나온 문을 닫고, 새로운 문을 함께 열 것이라 생각했다.


“괜찮아, 예전에 끝난 일이잖아.”


지나온 시간은 닫힌 문 너머로 남겨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이 닫혔다 해도 너머의 시간들이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맞잡은 동안에는 알지 못했다.



우리는 마주 웃었다.

보폭을 맞춰 걸은 해변 가에 우리의 발자국이 따라왔다.

햇빛 부서지는 발자국은 우리의 선명한 미래를 그렸다.



미세한 균열이 문틈을 벌렸다.

아주 작은 균열이었다.


모든 것이 지났다고 자만을 떨었다.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단지 시간을 멈추었을 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문 너머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끝내려 한 적이 없었다.

끝났다고 말했으면서 그의 무의식은 언제나 그곳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안락을 갈구했다.


그는 그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른인 척, 잘난 척을 떨었다.

그 자신과 나에게 거짓말을 한 그가 미웠다.

책임지지 못할 말을 내뱉은 결과는 참담했다.

비수로 돌아와 내 가슴을 찢었다.



나는 이제야 우리의 시간들을 돌아봤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서로를 시험하고 잡아당기고 밀어냈던 시간들.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사랑을 속삭였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우리의 미래를 엮어갈 거라고 생각했고 의심하지 않았던 시간들…….



그리고 나를 만나기 전, 지난 그의 사랑을 생각했다.

그는 왜 그 사랑을 떠올리고도 아무렇지 않다고 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을까?

나는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것인가, 겁이 났던 것인가?

내 사랑이 그 사랑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가?



이미 죽어 만난 적도 없는 그녀가 문 너머에서 손짓을 한다.

희뿌연 했던 그녀가 나보다 더 선명해지며 내게로 한 발 한 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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