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azy holiday
스치듯 스미듯 시간은 흐르고
“언제 일었났어?”
“조금전에 ”
베시시 웃으며 대답하는 건조한 나.
그는 깨우지 그랬냐며 핀잔을 주더니 이내 tv를 틀어 보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동안 tv를 함께 보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그가 건낸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를 눈에 담은 후 읽고 있던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몇 시간동안 그는 그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그렇게 각자의 휴일을 함께 보낸다.
우리의 만남은 늘 비슷한, 아니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지만 우린 이걸 데이트라 부른다.
가끔은 맛집을 찾아 또는 술이 맛있는 곳을 찾아 이곳 저곳을 다닐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휴일은 조용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물론 그곳은 보통 집이라는 공간이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것만으로 만족하며,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
마치 플레이리스트가 연동된 블루투스처럼.
나는 이걸 그와 나의 유대이자 신뢰라 부르고싶다.
창너머 시끌벅적한 꽃놀이 같은 트랜디한 연애를 쫒아갈순 없어도 우리는 지금 봄날의 햇살처럼 서로의 세상으로 물들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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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잠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