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론(60)
드디어 60일주 마지막 계해일주다.
브런치에서 사주나루 일주론을 시작했던 갑자일주부터 임술일주까지 모든 일주론을 다시 읽어보았다.
다시 복기해 보니 허점이 많아 곧장 틈새를 메꿔나가야 할 듯싶다. ㅠㅠ;
24년 5월부터 25년 6월까지 일주론만 해도 71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질문해 주셨던 많은 분들까지.
그저 이 글을 거쳐간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만든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껍고 세밀하게 가면을 만드는 일주가 계해일주다.
상처 입을수록 더 가면을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계해(癸亥) 일주론은 가면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마지막 문장을 지날 때 원인 모를 우울과 외로움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계해일주는 음간 계수(癸水)와 양수인 지지 해수(亥水)의 구조이다.
해수의 영향으로 속이 꽉 차있다.
생각도 많고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
머리도 꽤 잘 돌아가는 일주인데 음간이라 단박에 알아채기가 쉽진 않다.
똑똑한데 정석으로 좋은 머리보다는 잔머리 쪽에 가깝다.
많은 일에 정답을 알아도 스스로 내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타인을 통해서 드러내는 사람이다.
모두가 "이걸 어떻게 하지?" 할 때 옆사람한테 몰래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계해다.
계수 자체가 상관(傷官)이라 혁신적이고 자기 우월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해수(亥水)가 겁재(劫財)로 들어오다 보니 늘 주변을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이기는 그림을 그린다.
많은 계해들이 경쟁자를 사회 자체로 둘만큼 시야를 넓히면서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문제는 항상 외롭고 공허함을 느낀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생각으로는 내가 베스트이지만 현실은 뜻대로 이뤄질 수 없다 보니...
속에서는 야망이 불타는데 겉으로는 유순한 모습이 정반대다.
그래서 다른 일주보다 현실을 마주할 때 민감해지고 대미지도 크다.
일주 구조 자체가 야망을 바르게 표출하고 유용하게 써먹을 현실성이 조금 부족하다.
때문에 사주에 재성(財星)이 필요하고 병(丙), 정(丁), 사(巳), 오(午)를 활용하는 게 이롭다.
일지 겁재는 뺏고 빼앗기는 기운, 일지에 겁재를 두고 있는 계해도 예외 업다.
겉으로는 온순한 사람이라 남자도 여자도 이성을 만나는 데는 어려움이 거의 없다.
문제는 만나고 나서다.
계해일주의 강한 자기애와 거대한 야망에 지쳐 결혼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이성과 접촉이 잦은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다.
계해일주 남자는 막상 결혼을 하면 아내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겁재 사주는 재물을 과소비하는 모습이 있다 보니 버는 족족 주변에 퍼주기 급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정을 1순위로 재물을 잡아야 결혼 생활에 걸림돌 없이 이어갈 수 있다.
계해일주 여자는 타인과 경쟁 심리가 남편에게 투영되기도 한다.
늘 내 남편이 제일 잘나야 하는 거다.
한편으로는 이런 면이 내조의 여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남편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으면 다른 남자를 찾는 가능성도 농후하다.
무계합으로 무토(戊)를 사용하는 상대와 궁합이 좋은 경우가 많다.
계해일주의 행복은 자신의 기질과 생각을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
일평생 남 앞에 서는 자신의 모습과 진정한 내 모습에서 갈등을 겪는 게 아니라
자기 그대로를 보여주는 용기를 갖는 거다.
당연히 이상적인 말이고 당장 실행하기에 벅찬 것도 맞다.
나는 계해일주가 이 글을 끝까지 읽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걸음 내디뎠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