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론(12)
살다 보면 "그걸 왜 참아?" 라거나, "그거 하나 못 참으면 어떡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사실 당사자는 '참을만해서 참은 건데...', '이 정도로 뭐'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이처럼 사주팔자에 따라 참을성의 기준도 다르다.
길거리를 걷다가 어깨가 부딪히면 끝내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되려 자기가 더 미안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과하는 사람도 있다.
을해일주는 아량이 굉장히 넓은 일주이다.
어지간한 일은 참고 넘긴다. 그래서 을해일주는 온화하고 포용력이 넓다.
하지만 당연히 을해일주도 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이 있다.
그런데 을해일주는 워낙에 참는 게 습관화되어 있어 한계선 이상으로 참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을해일주 대부분이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사주간명을 신청한다.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대다수가 감을 못 잡지만, 이번 글에서 을해일주 풀이와 더불어 쉽게 설명해보려 한다.
이전 을축일주(乙丑日柱)를 설명할 때 말했지만, 을목(乙木)은 기본적으로 참는 인(仁)의 성향이 있다.
을목이 일간(日干)으로 있다는 건 그 어질고 인자하며 타인을 배려한다.
이런 이타심은 어느 정도 신중함을 보이지만 이런 성향은 해수(亥水)가 일지(日支)에 들어오며 강해진다.
갑(甲)이 생명력, 선두적임, 앞서감을 의미하면, 을(乙)은 생명력이 확장하고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해(亥)는 지지의 마지막 글자이자 초겨울을 의미하는 글자로 마무리하고 절제하려는 성향을 뜻한다.
을(乙)이 가진 넓게 확장시키려는 기운을 해(亥)가 통제하는 형상이 을해일주이다.
그래서 매사 신중하고 참을성 있는 성격을 띠게 된다.
게다가 해수(亥水) 일지는 십신으로 치면 정인(正印)에, 십이운성으로 보면 사(死)에 해당한다.
그래서 생각이 많고 이를 스스로 판단하고, 갈무리하는데 도사다.
하지만 이런 이타심은 을해일주가 자기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는 선까지 만이다.
타인을 배려해 주는 것이 그러지 않을 때보다 더 큰 이득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참는 것이 을해일주이다.
알고 보면 성취욕과 소유욕이 강하다.
지장간만 보더라도 정인을 중심으로 정재(正財)와 겁재가(劫財)가 서로 극하며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한다.
게다가 머리회전이 빨라 매 순간 득실을 따지는 것도 을해일주이다.
따라서 본인 것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참고 배려하는 것이 을해일주의 본성이자, 사주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을해일주 대다수가 손실을 따지는 능력이 약하다.
특히 인성의 기운이 과하면 알고는 있는데 눈뜨고 코베이는 경우도 많고, 이마저도 희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일지 해의 기운이 왕하면 자기 밥그릇까지 뺏기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주위에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반드시 스트레스가 되니 습관을 바꾸는 게 이롭다.
을해일주는 남녀 모두 결혼이 어려운 일주는 아니다.
하지만 부부궁에 인성이 들어온다.
인성은 어머니 인을 뜻하니 결혼 후에도 어머니와 가까이 지내거나 영향을 받게 된다.
남자는 인성이 과하면 마마보이일 우려가 있다.
따라서 결혼을 하게 되면 고부갈등에 주의해야 한다.
이점을 명심하고 어머니와 배우자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잘해야 한다.
이 정도만 유의해도 을해일주는 남자는 지혜로운 여성을 아내와 인연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과 아내 둘 다 결혼 후에도 사회생활을 지속적으로 해서 금전적으로 갈등에 놓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출 난 자식을 둘 가능성은 있으나 자녀의 사고나 건강은 특별히 유의하는 게 좋다.
을해일주 여자의 경우 일지 정인으로 머리가 좋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을목의 영향으로 밝고 남을 위하는 성격이라 이성에게 인기가 많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못하면 성격만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하니 남편을 고르는 데에 눈이 높은 게 문제가 도리수 있다.
마음에 드는 상대와 결혼해도 남편의 성공 요인이 집안의 도움,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지대하면 시댁의 간섭이 심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자녀가 있을 경우 과도하게 간섭하거나 아이의 인생을 대신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길.
아마 스스로 희생이라고 여길 텐데 타인은 치맛바람으로, 아이는 억압으로 보여 아이의 반항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을해일주는 십이운성이 사(死)에 있으니 본인과 자녀 둘 다 건강에 특히 주의하길 바란다.
을해일주 유명인으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을 만들어낸 김은숙 작가, 전 농구선수 서장훈 씨가 있다.
을해일주의 특성처럼 총명함과 진득한 노력으로 결국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사람이지 않은가.
그러니 타인을 배려하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만 선행을 베풀면 좋다.
거절이 어렵다면 지금부터라도 거절하는 연습을 해보길.
원래 선의 기준이 높으면 조금 내려놔도 선하게 대할 수 있다.
을해일주에게 니콜라스 원딩 레픈 감독의
<드라이브>를 추천한다. (정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