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론(17)
한 내담자분께서 '맨날 저만 제자리예요'라는 말을 했다. 이유를 물으니 '하다 보면 된다는데 나만 맨날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고는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사주자체는 앞서가고 있는 사주인데, 막상 자기는 애써도 안된다며 제자리걸음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제자리걸음인데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경진일주(庚辰日柱)는 전형적인 전자에 해당한다. 분명 사주 자체는 전진하고 있는데, 평생 본인은 제자리라고 하고 산다.
다 같은 경진일주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사주(四柱)가 같아도 다른 인생을 살기마련, 말마따나 일주(日柱)만 놓고 보면 사람마다 차이가 발생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걸 감안해도 경진일주에 관한 이야기를 접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유독 좋은 사주라는 말이 많다.
줏대도 있고, 결단도 빠르니 잘 되는 사람은 고공행진하는 사주
하지만 이런 글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부터 들 것이다.
'나는 아닌데?'
그래서 경진일주를 좋은 사주라고 말하려면 잘되는 사람은 계속 앞서가고 제자리인 사람은 계속 제자리라고 덧붙이게 된다.
사실 경진일주가 작용하는 그대로 살면 잘 되는 경우보다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글에서 경진일주가 입을 모아 좋은 사주라고 하는데 왜 나는 해당하지 않은지, 해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보겠다.
경진일주(庚辰日柱)를 한 단어로 설명해라 하면 '잠재력'이라고 생각한다.
경금(庚金)은 보편적으로 장인의 기질을 갖는다.
투박하지만 때론 미련할 정도로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인데. 변화가 없다는 건 하나만 죽어라 판다는 뜻이다.
경금의 신념이나 고집이 얼마나 굳건하냐면 겅금은 자기가 애써만든 물건이라 해도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으면 가차 없이 폐기한다.
마치 도자기에 유약까지 발라놓고 전달만 하면 되는데 만족하지 못해 깨버리는 모습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경금이라고 누구나 장인이라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고집스럽게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러니 사회와 고립되고 처음 목표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이를 견뎌낸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경금이 가지는 비견(比肩)의 영향 때문이다.
지지에서 진토(辰土)가 편인(偏印)으로 오니 거듭 뚜렷하고 강해진다.
편인은 생각 인자이자 기다리는 인자라 기본적으로 영리하고, 특출 난 재주를 가진다.
그러니 경진일주는 장인 정신, 특출 난 재주 둘 다 갖고 있는 형국이다.
진토의 변화무쌍함과 활동성이 기운을 얻게 되는 시기가 오면 응축된 힘을 모두 발산할 수 있기에 '잠재력'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때문에 경금일주는 줏대가 있다. 강하고, 진취적이며 결단력이 있다.
괴강살이 그 힘을 보태는 데에 일정 기여한다.
하지만 이건 결국 경금일주가 '잠재력'을 발산했을 때이다.
쉽게 말해 앞서나갔을 때의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경진일주의 최대 단점은 정적이다. '잠재력'을 폭발시킬 움직임이 없다.
움직이려는 '생각'은 있지만 비견의 성향과 지장간 정재(正財)의 성향으로 속으론 남들처럼 주체적으로 살고,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경금일주이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으니 미루거나 주저하다가 실행까지는 못 가는 것이다.
그래서 경금일주에게는 활동성이 핵심이고 필요하다.
갑목(甲木)과 임수(壬水)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갑목은 편재(偏財)로, 임수는 식신(食神)이니 움직이고자 동기와 에너지를 부여해 준다.
잠재력을 재촉시켜야 한다.
활동성이 되어주는 인자가 부족할 시 무력하고 불운하다는 생각에 휩싸일 수 있다.
해보지도 않고 이미 머릿속에서 실패할 거라 판단하고 결단 짓는 것이다.
대운을 고려해서 뭐든지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잠재력'을 발산할 수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 그것이 경금일주가 가진 숙명이다.
잠재력을 발산했다는 가정하에 말하자면 재물복은 있다. 결단력이 돈을 부른다.
더불어 남자와 여자 모두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졌을 확률이 높아 이성을 만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남자의 경우 결혼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본래 결혼이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면 결혼을 불필요하다고 여길 경우가 많다.
일지에 편인까지 모친의 간섭이 클 수도 있으니 고부갈등에 유의해야 한다.
또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불화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시댁과 배우자의 관계에 힘쓰고 자신의 고집을 굽혀야 원만한 결혼생활이 원만하다.
여자의 경우 능력 있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데, 지장간에 있는 계수(癸水) 상관(傷官)이 정관(正官)을 극한다.
그래서 능력 있고 잘난 배우자를 만나도 잘난 남편 덕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괴강살로 인해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에 불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현시대의 결혼생활은 개인이 강한 기운을 가져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너무 겁낼 필요 없다.
일본의 아베 전 총리, 영화 <제보자>의 모티브가 된 사건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황우석 씨 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도 경진일주이다.
경진일주는 일생동안 한 번의 큰 화를 필연적으로 당하게 된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하여 그 화에 꺾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으려면 주변에 미리 덕을 베푸는 것도 필수.
황우석 씨와 아베 전 총리의 경우를 고려해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경진일주 연예인으로는 배우 이정재 씨 성유리 씨가 있다.
두 분 다 매력 있는 외모를 소유하고 있고 편인의 기운과 십이운성 양(養)의 기운으로 특유의 끼로 연예 활동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경진일주는 내 말을 의심할 것이다. 경진일주 자체가 편인의 영향으로 의심이 많다.
오히려 내 말을 100% 믿을 필요도 없고 믿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실행하기 어렵지 않게 더 나은 인생을 사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기 위함이니 다른 건 다 잊어도 '잠재력'하고 '활동성' 만이라도 기억하면 본전은 다한 것이다.
나만 제자리라고 느끼는 경진일주에게는 유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스틸라이프>를 추천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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