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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일주(丁未日柱), 어제와 같은 오늘

일주론(44)

남부러울 것 없이 큰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도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현재는 타계하셨지만 살아생전 슬하에 수십 명의 문하생을 거느렸던 문인의 사주를 풀이한 적 있다. 문학인사들의 존경 어린 시선, 더 이상 책을 쓰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정도의 원고료를 벌었을 정도의 훌륭한 작품이 줄지었다. 사주나루와 인연이 닿았던 건 자신의 글을 보고 자란 제자들 양성하고 계실 적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겹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삶에 새로움이 없어요" 그간 글로 권태를 잘 풀어냈지만 마지막 책을 마쳤을 때 더 이상 삶도 써 내려가지 못하신 것 같다.


아마 이 문인처럼 생각하는 정미일주가 많을 거라 예상된다.

삶의 권태는 정미일주에겐 필연이다.

사주를 잘 모른다면 격하게 공감하겠으나 사주를 잘 안다면 의문이 들 거다.


정미일주는 떡하니 식신사주이다.

식신이라 하면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활동하는 인자이기 때문이다.

권태로움, 지루함, 미적지근과는 일절 거리가 있다.

이렇게 보면 정미일주는 활동적인, 혼자 해내는, 주체적인 일주다.

식신만 보고는 이렇게 해석하는 역술인도 많다.


그런데 왜 막상 정미일주를 풀이해 보면 권태감, 소극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걸까?

정미일주는 평소 생각과 행동이 느리다는 느낌이 있다.

무엇이 틀린 걸까? 둘 다 틀리지 않았다.

사주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헛웃음을 쳤을듯한데, 왜인지 차근차근 설명해보려고 한다.

정미일주를 바로 알려면 정미일주와 식신의 조합을 제대로 짚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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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발 남았습니다, 정미일주(丁未日柱)


정미일주는 일단 선하고 온화하며 착하다.

앞에 정미일주에 대해 지루함, 권태, 미적지근과 같이 부정적인 단어를 보고 안 좋은 일주로 서운해하지 말길.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다.

선하고 따뜻한 사람이 어째 권태롭고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인지 그 과정을 살펴야 한다.

이건 정미일주가 아니어도 명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가길 바란다.

정미일주(丁未日柱)는 천간 정화(丁火)에 지지 미토(未土)로 이루어진다.


정화는 음(陰)의 화(火)이기에 양의 병화(丙火)와는 다르다.

병화가 태양이라면 정화는 촛불을 떠올리면 된다.

밝은 빛보다는 따뜻한 온기를 뜻한다.


온화하고 심성이 착한 것도 천간 정화 때문이다.

이런 특징들이 은근하고 꾸준한 성향을 갖게 한다.

끝없이 타오르는 병화와는 다르게 열기가 사라져서 버리면 오히려 정화임에도 차갑고 냉정한 사람도 있다.

정화의 기본 특징 속에는 정관(正官)의 성향도 존재하기에 기본적으로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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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생각과 가치관이 이렇다한들 정미일주의 행동을 책임지는 건 미토(未土) 일지이다.

미(未)는 그 자체로도 지루하고 느린, 답답한 인자이다.

미토는 시기상으로 7~8월의 무더운 여름을 뜻한다.

풍요로운 가을의 결실을 보기 전, 지루하고 참아내는 기간이다.


따라서 미토를 일지로 두는 사람은 적응이든 배움이든 상황에 대한 대처마저도 느리다.

지장간 편인(偏印)의 영향으로 매사 소극적인 데다 조심성도 강하다 보니 창의력, 새로움 등과는 거리가 멀다. 십이운성인 관대(冠帶)의 고집스러운 성향도 있다 보니 바뀌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미토는 정화와 만나 식신(食神)의 역할을 한다.

식신은 앞서 표현하는 인자, 만들어내는 인자라고 했는데,

이렇게 안 움직이고 시도하지 않는 미토와 식신이 만나면?

감이 좋다면 알아차렸듯, 자기의 입맛대로 익숙한 것 잘하는 것만 반복하는 특징을 가진다.


새로움을 탐구하기보다는 해오던 것들을 계속 탐구하는 성향이 생기는 거다.

정미일주를 제대로 알려면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단순하게 식신이 일지에 깔리니 자립적인,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읽어내는 게 이래서 틀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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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일주를 두고 초년에 고생한 만큼 말년에 꽃핀다고 한다.


보통 '정미일주라서 그래' 하고 마는데, 지금까지 말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자기가 잘하는 것만 고집하니까 초년에는 '능력 없는 사람' 하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런데 그 기간이 쌓이고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계속하다 보면 장인, 명인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이 틀리거나 주변에서 아니라고 하면 들을 줄도 알아야 하지만 '내 인생 내 맘대로'하는 생각으로 끝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인의 경우 [목민심서]를 집필한 다산 정약용, 축구선수 박지성 선수 등이 정미일주다.

이처럼 초년에 고생한 만큼 말년에 꽃핀다고 하는 거다.

때문에 정관이 있어도 체계적인 직장생활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프리랜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이 이롭다.

그럴 경우 활동성을 뜻하는 상관과 식신을 찾아내는 게 좋다.

미토의 지루함을 이길 만큼 강한 식상말이다.

하지만 지지에 오는 식상은 좋지 않다.

토의 특성을 강해지게 하기 때문에 천간 戊(무) , 己(기)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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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일주 남자와 여자 (연애와 결혼)


식상(食傷)은 연애나 결혼을 계획하고 있을 때 남, 녀 매우 중요하다.

따듯하고 착한 성품에 비해 이별을 겪는 정미일주가 많다.

이유는 어렵지 않다.


위에 설명한 정미일주가 애인이라고 생각해 보면? 답답하다.

감정 표현은 잘해도 감정의 변화가 오면 입을 닫는다.

사랑해도 끝까지 사랑하고 한번 화가 나면 어지간해선 안 풀리는 사람이 정미일주다.

더 감정적 교류와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식상의 도움이 절실한 거다.


반면 여자의 경우 식상을 너무 과하게 쓰는 것도 좋지 않다.

배우자 궁에 들어야 할 관성을 극하니 자식에게 애정이 과해지면 남편과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

식상을 사용하지만 배우자와 멀어지게 하는 것도 식상인 거다.


남자 역시 지장간에 비견의 영향으로 배우자를 극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정리하자면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정미일주는 연애와 결혼에서 그리 유리한 게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알고 있기만 해도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본인이 가진 인자로 뭔가 하기보다는 미토의 기운을 최대한 자제하며 사는 것이 좋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상대가 나를 맞춰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배우자를 만나는데 불리하면 궁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높이는 팔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게 힘든 정미일주라면 억지로 내딛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들 다 그렇게 살아', '요즘에는 필수지' 같은 말에 휘둘릴 필요 없다.

정미일주에게 있어 최고의 한방은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해내서 결국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삶이 무료하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식신을 사용해라.

어떻게 보면 어떤 상황이든 어설퍼하는 정미일주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가도 된다는 말이다.

용기를 내도 괜찮다.

무엇보다 일주 주변에 어떤 글자가 있는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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