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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Jan 13. 2019

첫번째, 혼자, 일본여행3

현실과 상상은 달랐다.

라이브는 리더격으로 촌장을 맡으신 유명한 가수분을 필두로 5, 6 그룹이 나왔다. 내가 응원하는 배우도 그 그룹 중 하나였다.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내 자리는 스탠딩 뒷자리였다.

가수들이 한그룹씩 무대에 나왔다.

기타를 치는 여가수도 있었고, 아카펠라 그룹도 있었다. 중요한건 그들이 리더분과 나누는 대화를 도저히 알아 들을수 없던 것이다.


'아이 엠 어 보이'가 '나는 소년입니다'로 들리는게 아니라 단순히 '아이 엠 어 보이'로 들리는. 일본에 오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교재를 보고 들었는데 어째서 들리는 일본어는 그저 일본어일 뿐인가!

이윽고 내가 응원하는 배우가 듀엣으로 활동하는 상대 배우와 함께 무대 위에 섰다. 멀리서라도 좋고, 단 한번도 좋으니 그저 얼굴이라도 보고싶다던 생각과는 다르게 상대 배우가 던진 개그에 활짝 웃는 배우를 보니 조금은 서글퍼졌다. 그곳 사람들 모두가 배우를 따라 웃는데 나만 웃지 못하는 게 속상했다.

조금이라도 알아 듣지 않을까, 노래라도 따라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박수라도 제대로 쳐주지 않을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첫 여행을 온 자신에게 너무 실망했다. 라이브는 순식간에 끝났고, 나는 배우의 마지막 인사마저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호텔은 아사쿠사에서 가까운 쪽으로 잡았으나 벌써 밤 12시가 되었다. 지금이라면 밤 12시 체크인은 노쇼로 간주될 수 있음에 조심했을거다. 하지만 그땐 아무것도 모르는 무대포로 호텔에 체크인을 부탁했다. 호텔직원은 의례적인 주소와 이름을 적어달라 하고는 순순히 방 키를 건내줬다. 너무도 긴 하루가 간단히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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