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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Jan 28. 2019

워킹 비자는 꼭 필요한 분들이 갖기로...

비자는 멋대로 따지 맙시다!

솔직히 말해 내겐 일본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딸 수 있는 자격이 부족했다. 전공과는 상관없다 하여도 일정 수준의 일본어가 필요했다. 신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통장에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최소한의 일정 금액이 3개월 동안 들어있는 통장 기록까지.

3.11 지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워킹비자는 따기 참 힘든, 꽤 까다로운 비자 중 하나였다. 그런 비자를 1년간의 유효기한까지 살려두고 일본 입국 후 단 9일 만에 포기했다. 포기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는데 의외로 간단했다. 출국 시 단 한 장의 서류를 작성하는 게 전부였다.

포기라고 써도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
어디 가서 돌 맞을 소리겠지만 내겐 비자를 쓸 용기와 배짱, 준비가 없었다. 무작정 뛰어들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핑계로, 일본어의 수준은 비자 취득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었다. 길가다 도움을 바라는 일본 사람들에게 선뜻 손 내밀 수준도 못됐다.

또 한 가지 핑계를 더하자면 집안의 반대였다.
아버지께 뜬금없이 합격한 일본 비자를 들이대고는 일본 가서 일하겠다 하니 얼씨구 다녀오라 할 리 없었다. 더욱이 내가 하던 장사는 육체노동인지라 일손 하나가 빠지면 상당히 피곤해지는 직업이었다. 이때까지 자식 때문에 무리해서 해온 일이지만 체력이 처음과는 같지 않다는 게 그분들의 이유였다.

요즘 시대가 어디라고 그런 이야기에 갈길을 꺾냐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말했잖은가. 나는 용기도 없고 준비도 없었다고. 지금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붙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진짜 필요한 사람이 유용하게 말이다.

어찌 됐건 나는 그 귀한 비자를 덕질용으로 사용했다. 무시해버리기엔 내가 한 수고가 아깝고, 붙여준 게 아까워서. 그래서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휴가로 두 번째 일본 여행을 떠났다. 그때만 해도 집안에서 마지막이라는 명목으로 9일간 시간을 준 모양이었다. 혹은 그쯤 하면 일본 타령은 그만 하겠거니... 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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