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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Jan 28. 2019

9일간의 두 번째 일본 여행

고양이 마을, 닛포리!

이번 여행은 당당하게 집에 통보를 했다. 연락은 로밍해가는 핸드폰으로 카톡을 통해 하기로 했다. 사실 연락 따윈 필요 없었다. 집안 식구들은 일하기 바쁜데 나 혼자 좋다고 자주 연락해봐야 괜히 염장 지르는 것 밖에 안되니 말이다.

일본에 도착해서 담담하게 워킹 비자로 왔다고 입국 신고서에 썼다. 심사관이 간단하게 일본어로 물었다. 워킹으로 왔냐, 일본어는 어느 정도 하냐 정도. 저 질문을 알아들은 건 오기 전에 들은 일본어 회화 파일 덕분이었다. 앵무새처럼 내 대답은 스코시다케.(조금)

9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국 여행도 가본 적이 없던 나였다. 막상 일본에 뚝 떨어지자 순간 멍한 기분이었다. 여기서 내가 뭘 하려고 왔더라부터 이제 어디로 가지 까지. 이번엔 제대로 데이터 로밍을 했다. 처음 가야 할 곳은 9일간 신세 질 숙소였다.

떠난 날이 5월 말쯤인지라 잠자리가 어디든 따스해서 좋았다. 그래서 호텔에서의 9일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게스트 하우스에 예약을 했다. 지역은 마츠도라는 곳으로 서울에서 부천 정도의 거리였다. 교통비와 숙박비 둘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게스트 하우스는 마츠도 역사에서 5분 거리였지만 찾인가는게 번거로웠다. 더욱이 상가 건물 안에 한 층을 개조해서 만든 듯했다. 숙소에는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갔기에 마주치는 사람은 드물었으나 가끔 건물로 일하러 오는 현지인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땐 어색한 인사를 나눠서 쑥스러웠다.

짐을 풀고 제일 처음 간 곳은 닛포리의 야나카라는 곳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책 중에는 고양이에 관한 책이 있었다. 내가 방문한 닛포리의 야나카 긴자였다. 일본에서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곳 중 하나였다. 마침 숙소 마츠도에서 도쿄 시내를 다니려면 우에노나 닛포리로 가는 특급편 전철이 바로 있어서 가기도 편했다.

어떤 곳일까 꽤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작고 소박한 동네였다. 고양이로 유명해서 고양이 테마의 잡화점이나 헌책방에 카페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는 중앙길을 따라가면 동서로 다시 길이 길게 펼쳐지는 아주 단순한 골목동네였다.

이 계단이 유명하다는데 나는 왜 그걸 몰랐을까?


다행히 고양이 보기 성공!


연예인들이 방문한 먹거리 집에는 티브이로 나온 사진과 사인을 광고 삼아 내놓고 있었다. 하나쯤 사 먹어 볼까 싶었지만 길게 늘어선 줄이 부담스러워서 슬쩍 보고는 계속 전진. 결국 동네에서 그나마 큰 슈퍼에 들러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들고 향한 곳이 아사쿠사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야나카 긴자에는 고양이를 사랑하던 일본의 유명한 조각가의 기념관이 있었는데 내가 방문했던 시기는 한창 공사 중이라서 갈 수 없었다. 더욱이 일본어를 배울 힘을 보태준 두 번째 덕질 상대의 드라마에 야나기의 한 서점이 배경으로 나왔다고 들었다. 애초에 체크했다면 가봤을 텐데 아쉬웠다.

아사쿠사는 첫 번째 여행에도 다녀오긴 했으나 모두 철수한 뒤의 상가를 다녀왔기에 재도전이 필요했다. 책에서 봤던 대로 진짜 여러 사람들이 모여드는 관광지임은 틀림없었다. 야나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중앙 큰 거리 사이에 두고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흉이라서 매달아 두고 왔지만.


여기서도 먹을 걸 사 먹지 못하고 오미쿠지마 뽑고 가나 했더니만 센소지 뒤편에 있는 하나야시키라는 놀이공원 쪽에서 라면이라는 간판이 펄럭이고 있었다. 저녁이 지나가고 있었기에 한 끼는 먹어야 했기에 무턱대고 들어갔다.

메뉴판은 감사하게도 사진과 함께였는데 들어간 곳은 중국요리를 하는 곳이었다. 라면이라는 글씨를 보고 들어갔으나 메뉴에는 라면이 보이질 않았다. 혼자 가게를 들어간 것도 내겐 굉장히 큰 용기였기에 나머지는 포기 상태였다. 사진에 보이는 볶음밥 종류가 보이길래 무조건 "고레 쿠다사이(이거 주세요)"라고 말했다. 종업원이 뭐라 더 말을 했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고 많은 요리 중에 한국에서도 항상 장터에서 먹는 볶음밥을 먹게 되다니...! 그것도 첫 일본 현지 음식으로 말이다. 어디 가서 뭐 먹었다는 자랑은 결코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혼자 뿌듯해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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