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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Feb 13. 2019

해보고 싶은 만큼 해 봤나요?

발길 따라간 게 전부지만.


8박 9일의 하루를 뺀 나머지는 전부 자유시간.
둘째 날은 기치조지에 갔다. 다른 건 둘째치고 기치조지에는 이노카시라라는 공원이 있다고 했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라는 지식이 전부였다. 내가 본 드라마로 따지면 <노다메 칸타빌레>로 유명한 우에노 주리가 나왔던 <라스트 프렌즈>였다.

기치조지는 현지인에게도 특히 지방에 사는 이들에게도 살고 싶은 지역 중 하나였다. 이번엔 도쿄 시내가 아니기에 긴장하고 전철의 안내방송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다행이라면 이곳도 한글 표지판이 있었다.

하필 비가 오는 바람에 공원으로 가는 길은 내내 흐렸다. 미리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서 편의점 신세를 지고는 아케이트를 통과했다. 공원은 기치조지의 시장 아케이트를 지나야 있었다. 조용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전부라서 생각 없이 지나가던 길에 만난 행렬들.

맛갈나는 녀석!


급하게 검색해보니 이곳이 기치조지에서 멘치가스로 유명하다는 사토우라는 가게였다. 여러 곳에 올라온 후기보다 줄이 짧았던 건 비가 내렸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었지만 여행 오면서 다짐했던 일, 뭐든 경험해보기였다.

내게는 생소한 멘치가 스였기에 시험 삼아 1개만 주문했다. 잠시 후 내 손에는 종이봉투 하나가 쥐어졌다. 먹거리를 산 사람들은 가게 옆 행길에서 멘치가스를 먹었다. 혼자라면 부끄러웠을 일이지만 여러 사람들 덕분에 나도 그 자리에서 멘치가스 하나를 뚝딱했다.
고기도 부드럽고 육즙도 상당했다. 하지만 하나 이상 먹기는 느끼했다.

흐린날이라 직접 타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아케이트를 지나 표지판을 따라 걸으니 이노카시라 공 원이 나왔다 공원은 한적하고 조용하고 걷기 참 좋고 뛰어도 편한 곳이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 개개인은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모일 테지만 느낌은 비슷할 것 같았다. 산책하는 이를 보면 같이 산책하고 싶고, 조깅하는 이를 보면 뒤를 따라 뛰고 싶은. 편히 앉아 있다가 물끄러미 호숫가에 떠 있는 오리배를 보기도 하고. 자유롭다는 감정에 떠나오기 아쉬웠다.

셋째 날에는 신주쿠의 도쿄 도청에 갔다.
무료 전망대를 갈 수 있다고 들어서 벼르고 갔는데 도청 빌딩이 두 개라 어느 쪽을 가야 하는지 잠깐 망설였다.
역에서 도청은 가까워 보였는데 걸으니 꽤 멀던.
생각하지 못한 도쿄 중심지에서 일본 홈리스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한참 걸었다. 진짜.
늘 보면서 생각하는 게 우리나라와 뭐가 다를까...였다.


도청 전망대는 지하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정문으로 들어가기는 겁이 나서 옆문으로 들어갔다.
전망대도 관광지라서 친절하게 지하로 내려가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도 청답 게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는 소지품 검사. 죄진 사람도 아닌데 떨렸다.

전망대는 생각보다 컸다. 일단 간단한 음료를 팔기도 했고 도쿄도청에서만 판다는 한정 기념품도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도쿄 시내가 커다란 창을 통해 펼쳐졌다. 한국에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높은 곳에서의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당시에는 가장 멀리 갔던 곳으로 후지산이 보이는 카와구치코의 다얀 전시관. 전날에 검색한 일본 고속버스 예매 사이트의 힘을 빌려 티켓을 무사히 예매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버스는 신주쿠에서 타야 했고 예매한 사람들이 가는 창구는 따로였다. 직접 말하는 게 무섭다고 편법을 써봤으나 결과는 실패. 내가 캡처한 예매내역은 어제자 내역이었고 그걸 안내직원이 말해줘서 알았다.
그때 얼굴이 붉어져서 스미마셍을 몇 번이나 말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웠다. 다행히 가는 날이 평일이라 티켓은 쉽게 구매했다.

고속버스로 도쿄를 벗어나 다른 지역을 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초흥분! 하지만 운이 따라주질 않아서 후지산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카와구치코역은 통나무로 만든 작은 집 같은 분위기였는데 앞에서 원데이 프리티켓을 사던 한국분들이 없었다면 한참 검색하고 있을 판이었다.

카와구치코는 순전히 다얀이라는 두 눈이 큰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온 거라 다른 관광지는 전부 패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랬을까? 다얀의 원화를 찍어올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이날은 가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오는 것도 문제였다. 애초에 돌아올 고속버스 티켓까지 구매했어야 하거늘! 결국 티켓 판매 창구에서는 티켓을 구매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버스 기사에게 직접 물어보라나?! 황당했지만 돌아가야 하니 별 수 없었다.

도쿄로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에는 나 말고 외국인들도 나란히 줄을 섰다. 모두 같은 처지임이 분명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자 기사분이 버스 티켓을 이야기했다. 그때 "아리마셍"이라고 대답하자 "나시(없음)"이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내 뒤편도 별다른 내용 없이 전부 없음. 버스 기사가 돈을 받자 그제야 안심이 됐다.

자리에 앉아 버스가 출발하고 도쿄로 되돌아 가는 길에 내가 응원하는 배우의 하라주쿠 목격 정보는 상당히 속이 쓰렸다. 같은 하늘 아래 있는데 하필 이렇게 먼 곳에 있을 때 도심에 나타나다니!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추억임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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