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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Dec 15. 2019

컬러링과 벨소리

아버지와 고모님의 이야기

요즘은 핸드폰을 진동으로 설정하고 지내서 내 벨소리도 기억을 못 한다. 벨소리의 설정은 당시의 내 안의 유행을 뜻하는데, 아쉽게도 요샌 스스로의 유행이 없다.

그런 내게 아버지가 의외의 말을 던졌다.


"아빠 핸드폰에 전화해봐."


응? 그노무 새소리, 물소리를 나더러 또 들으라고?! 그랬다. 아버지의 컬러링은 새소리 물소리였다. 언젠가 자연의 소리가 좋다며 설정한 건데 문제라면 전화 통화음인... 그 따르릉~도 함께 들린다는 것!


이번에도 속는 셈 치고 연락처에서 아버지를 꾹 눌렀다. 따르릉과 함께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리라 생각했던 내게 낯선 여자의 음색이 들렸다. 그것도 영어로!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에바였나? 팝페라 가수들 톤이 떠올랐다.


"뭐야 이거?"

"시그니처. 아니 오브제던가?"

"시그... 노래 제목이야? 가수 이름?"

"광고야. L@꺼."


홈쇼핑 광고를 얼마나 봤길래 그걸 기억하나 싶었다. 우리의 관심은 거기서 끝나야 했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지금 컬러링에 나오는 거, 내가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벨소리?"

"여기서는 컬러링 밖에 안되던데..."


그러자 옆에서 잠자코 듣던 고모님도 동참.


"그 전화 걸면 웬 여자 노래 나오는 거? 그거 나도 해줘."

"갑자기 두 분 다 왜 이러셔요?"

"노래 좋잖아."

"죽기 전에 마지막 발악이다. 전에 해줬잖아."


그렇다. 고모님께서 본인께 전화하는 이는 꼭 들어야 한다며 설정해달라 하신 컬러링. 쉽게 해 드리긴 했으나 그 시절과 지금은 또 다르지 않는가. 허나 두 분의 반짝이는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아버지만큼은 직접 설명해서 본인이 설정하게 하고 싶었으나, 기계 다루는 게 서투신 분이라(그래도 카메라는 잘 다루신다) 내가 전부 만들고 드리는 게 쉬웠다.


내 핸드폰은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동시에 있어서 이런 번잡한 작업은 안드로이드가 최고였다. 노래를 다운로드하고 변환시켜서 내 메일로 집어넣은 뒤 두 분의 핸드폰에 각각 저장! 1차 작업이 완료되었다.


벨소리 설정을 위해서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음악 확인을 하고 나서야 두 분께 돌려드리자 고모님께서 받는 전화의 노래를 물으신다. 그건 핸드폰마다 설치된 각통신사의 어플을 통해서 완성! 흡족해하는 두 분을 보니 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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