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맛있는초코바 Jan 01. 2020

새해맞이

새벽도 아니었다. 오늘  뜨는 시간이 오전 7 40분쯤 이랬으니 이상태로 가다간 해가 떠버릴 텐데. 집 밖을 나오는 순간 예상이 빗나갈 줄이야.

구름이었다. 아니, 눈까지 오네? 나도 모르게 얼굴을 구겼다. 매년 1 1  몇 시간, 1년에   있는 나만의 연례행사를 이렇게 시작하다니.

물론 우리 집 근처에는 남산이라는 훌륭한 장소가 있다. 하지만 새해 해돋이 인파가 많아서 절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내가 노리는 , 그러니까 나만의 목적지는 남산 오르기 전에 있는 국립극장. 그것도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돌계단을 올라 들어가야 하기에 지대가 상당히 높아서 관극 때는 애먹지만 이럴 땐 좋다.

근처 남산 다음 높은 지대에 자유롭게 왕래할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알게 모르게 인기가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단 소리겠지. 하지만 작년부터 국립극장은 대공사에 들어갔다. 아니면 계단을 통해 들어가는 입구만 보수를 하는지도. 이유야 어떻든 나는  연례행사 자리를 빼앗긴 셈이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가 내 자리라는 증거도 없었지만.

올해는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작년과 같은 모습에 조금은 속상했다. 다행히 국립극장 자체가 지대가 높아 예전만 한 풍경에 뒤쳐질  없었다. 떠오르는  대신, 떠오른 해를 보면 되는데... 그것도 올해는 실패였다.

돌아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길어 보였다. 하지만 혼자 올라가던 길을 함께 내려오는  나쁘지 않았다. 혼자이지만 곁에 지나는 연인의 무리가 되고, 학교 동아리 멤버의 무리가 되고, 산악회원 중년들의 무리가 되어 쓸쓸하지 않았다.

반갑게 울어주는 까치와 함께 내년엔   밝은 새해와 만날 날을 기약했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