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친절한 교재'씨

이젠 따라 그리지 않아요.

by 맛있는초코바

이번 주로 일본어 교재 10권을 돌파했다.

도서관에서 2주에 한 번씩 빌리던 횟수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 가방에 챙겨가는 5권은 그래도 유명한 학원에서 가르치는 교재라고 했다. 전부 ‘일본어 기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나 같은 ‘일본어 아기’는 ‘기초’라는 단어에 약했다.



지난번까지 빌렸던 10권은 대체적으로 설명이 많았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로 나눠지는 이유부터 문자 하나하나에 연관된 단어를 적어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문자 쓰는 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그나마 ‘친절한 교재’씨였다. 이번에도 책탑이 그대로 쌓일 모양이었다.


모국어를 빼고 배운 다른 나라 언어는 영어뿐이었다.

그것도 학교의 교과서로, 총 26자의 알파벳을 소문자와 대문자로 나눠 외웠다. 나는 남자입니다. 당신은 여자입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외우고 시험 보고 성적표 받는 필수 과목일 뿐이었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 내가 과연 영어를 써먹을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4권째도 넘긴 지 5분 만에 덮고 마지막 한 권만이 책상에 남았다. 표지도 여느 교재와 다를 게 없었다. 이번에도 똑같겠거니 했다. 영화에서 봤던 ‘오겡기데스까, 와타시와 겡키데스’를 읽어보고 싶었다. 써보고 싶었다. 일본어를 보고 따라서 그리는 게 아니라 직접 이해하고 싶었다.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을까? 히라가나가 하나하나 그림의 형상을 본떠서 함께 그려져 있었다. 형상을 본떠서 만든 한문처럼 말이다. 글자를 처음 익히는 아이가 봐야 할 딱 그 수준이었다. 이 책의 뒷장도 영어 교과서의 나는 남자이고 당신은 여자입니다와 별반 다를 게 없었지만, 나는 내 눈에 쉽게 들어온 그 부분 하나로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적어도 보고 따라서 그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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