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고 있는 이들에게
누가 뭐라 하든 당신이 원하는 바가 있고, 실행했고, 아무리 어려워도 멈추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것
나와 닷사이의 인연은
2023년 5월의 서울사케페스티벌에서 시작됐다.
그때 나는 닷사이 부스에 있는 쌀 샘플이 갖고 싶어서 "청년들에게 사케를 알리고 있다"는 자기소개를 건넸고, 원하던 샘플을 얻었다. 닷사이 부스에서 쌀 샘플을 나눠준 분은 "청년들"이라는 점을 신기해하며 개인계정으로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인스타그램을 교환했던 분은 아시아담당 영업사원이셨다. DM으로 한국 출장을 가는데 이 기회에 사케 모임에 참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서 ‘닷사이 특집’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별개로 요청하신 건에 대해서도 열심히 도왔다.
리스트에 있는 곳들을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분이 한국에 온 날은 재작년 이맘 즈음으로, 완전한 봄 날씨였다. 시원한 바람이 실크처럼 부드럽게 불었다.
리스트에 있는 곳을 전부 가려면 교통이 너무 불편했고 나는 자동차도 면허도 없었기 때문에 서울시 렌탈자전거 '따릉이'를 제안했다. 생각 이상으로 좋아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나는 길을 안내했고 그분은 닷사이가 제대로 판매되고 있는지 체크했다.
닷사이는 열처리를 한 번만 한 '나마즈메'이기 때문에,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는 걸 이때 알았다. 본사에서 나와서 이렇게 관리도 하는 좋은 사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한강을 가로질러 갈 때에는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계단에 앉아 쉬기도 했다.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지금 전화 가능하신가요?”라는 연락을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エリカさん、助けてください!(에리카상, 도와주세요!)”
납기일이 촉박한 상황에서 『닷사이의 도전』이라는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건 그들에게도 도전이었겠지만,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밤을 새 가며 작업했고, 편집자에게 300만 원을 주면서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체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내가 번역한 첫 책이었다.
덕업일치라고 생각했다.
사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닷사이의 영업사원 두 분이 서울 송파구의 사무실을 찾아주었다. 인쇄된 책 10권을 받았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국내 출판 계획에 대해 물었는데, 사쿠라이 사장님이 그런 부분에는 회의적이라며,
“사장님을 직접 설득해 보세요.”
그렇게 나는 『닷사이의 도전』을 출판한다는 도전을 하게 됐다.
2025년 1월, 이전해 가을에 양조장견학을 위해 방문했던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를 다시 찾았다.
당시 우연히 들어간 카페의 책장에서 『닷사이의 도전』을 발견하면서 카페 직원 분들과 굉장히 친해졌는데, 다시 찾은 카페에서 그분들이 닷사이 일가와 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매니저님의 연락으로 사장님 일가와 만나게 되었다.
예정 없이 만나게 된 아리따운 사모님, 잘생긴 아드님, 미소녀 따님, 책 속에서만 보던 회장님의 아내 레이코상과 인사를 나누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즈니스 이전에 인간적인 교류가 있었던 것 같다.
본사에 가서 영업부장님, 사장님, 그리고 새로 바뀐 아시아 담당자 앞에서 '왜 『닷사이의 도전』을 한국에 출판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우연히 지나가던 회장님도 자리에 앉아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모든 순간이 마치 만화 같았다.
우연이 쌓여 운명처럼 느꼈다.
닷사이라는 사케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해서 다른 곳에 비해 정성이 없다는 것이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닷사이는 맛있는 사케를 만들기 위해 사람의 감이 아닌 데이터를 선택했을 뿐, 손으로 해야 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손으로 한다. 그리고 공장 안에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타인의 부족함을 안아주는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들이 온 정성을 다해 술을 만들고 있었다.
판권을 따는 것은 각오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았지만, 그 이후가 순탄하지 않았다.
닷사이의 이벤트에 따로 초대를 받아 가게 되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당하기도 했고, 실질적인 방해를 받기도 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문득, 맹자의 말이 떠올랐다.
“하늘이 장차 큰일을 맡기려는 사람에게는 먼저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수고롭게 한다.”
하늘이 장차 큰 인물이 될 사람에게는
그 배를 굶주리게 하고
그 뼈를 아프게 하여
그의 의지를 시험하나니
그가 장차 큰 일을 맡았을 때
그 기국과 역량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인생에 큰 시련을 만났거든
자신이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가 아닌지
되돌아보아라
- 맹자 -
이게 정말 그런 과정일까.
내게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을 시키려고...
나는 그런 욕심이나 야망이 있어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고, 우왕좌왕할 때도 많다. 누군가 나를 프리랜서라고 불러도 부정하지 못하겠다. 삶이 나를 사업가로 내몰았다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상처는 다 아물지 않아 아프고,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해야하는 것들을 오랫동안 못하고 묵히기도 한다.
다만,
나는 도전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불안한 상태로,
때로는 흔들리고 주저앉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어쩌면 불가능이라는 것을 향해
어제와 오늘을 이어 내일로 나아가고 있다.
도전이란,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해 끝내 걸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닷사이는 사케 업계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사쿠라이 히로시 회장님은 이단아라고 불리면서도 맛있는 사케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작년에는 우주를 향한 도전을 했고, 올해 우주양조에 성공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시마과장시리즈」로 유명한 히로카네 켄시 작가가 만화로 풀어낸 닷사이의 스토리는 이제 국내에서도 읽어볼 수 있다.
사케를 몰라도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내용이므로 적극 추천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도전하고 있는가?
혹시 지치고, 흔들리고 있다면 이 말 하나만 전하고 싶다.
누가 뭐라 하든 당신이 원하는 바가 있고, 실행했고, 아무리 어려워도 멈추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도전한 것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니, 나왔다고 하더라도
재도전하며 그 마음 멈추지 말아 주길.
인스타그램 @sak_erica | 가벼운 사케 기록(스토리) 및 양조장 투어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세요.
유튜브 @sakerica | 롱폼으로만 풀 수 있는 사케 이야기와 브이로그를 올립니다.
문토 @사케리카 | 초대 코드 : MWTWIK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사케를 시음하고 알아가며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O!SAKE클럽'을 운영합니다. 클럽에 가입하면 저와 멤버들의 사케모임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원이 300명이기 때문에 가입을 희망하시는 분은 제게 DM을 보내주세요. 활동하지 않는 분을 정리하고 신청을 받습니다. 가입조건은, 귀엽게 취할 것. (취해도 무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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