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I 키키사케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키키'자'케시라고 말하지만 키키'사'케시가 올바른 표현이었다.
사케를 좋아하고 사케모임을 운영하면서도 자격증을 따려고 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심플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2023년 초, 취향/취미 공유 플랫폼 문토라는 곳에서 모임의 호스트가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다른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적성에 잘 맞았고 즐거웠다.
모임을 열고 콘텐츠 제작비와 호스트 수고비로 수익을 얻는 것에 자격은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도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카테고리(여행 등)에서 누구나 자격 없이 모임을 만들 수 있다.
한 달에 많아야 네 번 여는 사케모임에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들었으므로 언젠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있어도 좋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재작년 말에 문토에서 여는 사케모임에 대해 한국 경제 신문에 기사가 실리고 닷사이의 도전이라는 사케 책을 번역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작년 초부터 나를 비방하며 방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수백 명이 있는 사케 관련 오픈카톡방에서 내 모임을 불법으로 단정 짓고 신고하자며 선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무서와 보건소 등의 기관에서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며 여러 차례 조사를 실시했고 모임 장소에 갑자기 찾아오기도 했지만, 이건 불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대로 모임을 계속해도 된다고 했다.
끝인가 싶었는데 “자격도 없으면서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그것이 개인들의 잡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케 수입사에서도 자격에 대해 문제 삼았다. "수입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는 말이 여러 채널을 통해 내 귀에 들려왔다. 충격을 크게 받았다. 슬프고 좌절스러웠다. 사케를 좋아하게 되면서 수입사들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덕질을 하다가 소속사까지 좋아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달까?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져서 한바탕 울다가, 눈물을 닦고 현실을 마주했다.
나는 자격 없는 사람이 맞다.
자격이 없다는 걸 문제 삼는다면, 따면 되지!
오해는 언젠가 풀릴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평판도 회복되겠지.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은 크게 세 가지(SSI, JSA, WSET)로 나뉘고 주로 취득하는 자격들은 여섯 가지 정도로 파악이 된다.
내가 아는 선에서만 적어보겠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SSI 국제키키사케시]
외국어로 사케를 제공·판매하는 사람을 위한 국제 버전 자격이다.
실무적으로 “사케 추천·서비스·현장 판매” 역량을 강조하고 싶은 경우에 좋다.
- 1차 객관식 + 주관식
- 2차 세일즈 프로모션, 2가지 상황에 대한 A4분량 서술형
- 3차 사케 2종 테이스팅, 서술형
숭실대학교의 경우, 수강료 200만 원 + 응시료 83만 원(키키사케시 63만 원, GIIK 20만 원)으로
합계 283만 원의 비용이 든다.
[SSI 키키사케시] ※JLPT N1 이상의 일본어 실력이 필요
사케 전문지식, 음식·주류 기초지식, 서비스와 판매기획 역량을 일본어로 평가받는다.
일본 내 사케 업계의 표준 자격으로, 일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 1차 접객 서비스 및 음식·주류 기초지식 50분 (객관식)
- 2차 사케 전문지식 50분 (객관식)
- 3차 블라인드 테이스팅 50분 (주관식, 일부 객관식)
- 4차 세일즈 프로모션 50분 (주관식)
여섯 개 코스 중 해외 거주 외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네 개의 코스.
무슨 코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있다.
독학 코스의 경우, 약 120만 원에 일본 왕복 항공권과 숙식비용 등이 추가됐다.
참고로, 시험에는 연필과 지우개가 필요하다. 샤프를 가져간다면, 마크시트용인지 확인할 것.
[SSI 사카쇼] ※키키사케시 자격과 JLPT N1 이상의 일본어 실력이 필요
키키사케시보다 상위의 전문 자격으로, 사케뿐만 아니라 쇼츄에 대한 고급 테이스팅 능력과 주류 특성 분석, 그리고 그것을 활용한 판매촉진 기획 능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SSI 주학강사] ※키키사케시 자격과 JLPT N1 이상의 일본어 실력이 필요
SSI가 인정하는 강사 자격으로, 일본에서 사케와 쇼츄의 지식을 직접 가르치고 세미나를 운영할 수 있다. SSI는 이 자격을 키키사케시·쇼츄 키키사케시보다 상위에 놓고 있으며, 내비게이터 과정을 인증할 수 있는 특별 권한도 있다고 안내한다.
3일 집중 강습과 시험, 등록 절차를 거쳐 인정받을 수 있다.
[JSA 사케 디플로마]
사케 4종과 소주/아와모리 2종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구성되며, 난이도가 SSI보다 높다.
전문 지식에 있어 제대로 인정받고 싶은 경우에 좋다.
- 100문항 필기 60분
- 테이스팅 40분
- 짧은 에세이 20분
[WSET 사케]
세계 최대 와인 교육 기관이 제공하는 세계 표준 국제 자격증이다. 한국과 일본 외의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기 때문에 세계를 무대로 하는 경우에 좋다.
- Level 1 Award in Sake: 입문 과정이며 최소 6시간의 guided learning이 요구된다. 초보자나 업계 입문자 대상이고, 사케의 기본 카테고리와 양조 원리, 기초 테이스팅을 다룬다.
- Level 2 Award in Sake: 사케 스타일, 등급, 특수 스타일, 생산 선택, 라벨 용어, 서비스와 평가 원리를 더 깊게 배운다. 별도 선행 자격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 Level 3 Award in Sake: WSET 사케부문에서는 최정상급. 더 심화된 이론과 평가 능력을 요구하는 고급 자격.
2주 전에 일본 오사카에 갔다 왔다.
3월 7일에 열린 SSI 키키사케시의 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다.
시험 장소는 오사카 우메다역 근처에 있는 레퍼런스 오사카에키마에 제4빌딩 16층이었다.
같은 시험장에서 키키사케시, 국제키키사케시, 그리고 사카쇼 시험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신기했다.
국제키키사케시는 시험이 3차(테이스팅)까지라서 먼저 퇴실했다. 키키사케시는 4차(세일즈 프로모션)까지 하고 퇴실했다. 사카쇼는 남아서 시험을 마저 봤다.
작년에 닷사이의 영업사원에게 "사케 자격증을 딴다면 WSET"라고 추천을 받긴 했지만, 1991년에 만들어진 SSI의 키키사케시가 사케 소믈리에 자격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SSI부터 도전하기로 했다.
SSI 키키사케시에는 총 6개의 코스가 있는데, 어떤 코스를 선택하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1월 말에 SSI 측에 무료 상담을 신청하고 zoom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내용은 영상으로 기록해 두었는데 조만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도 공유하려고 한다.
이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들 중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키키자케시"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키키'자'케시라고 말하지만 키키'사'케시가 올바른 표현이었다.
- 키키자케(利き酒) : 술의 색, 향, 맛을 오감을 이용해서 확인하고 그 품질과 특징을 평가하는 것
- 키키사케시(利酒師) : 사케 서비스 연구회(SSI)가 인정하는 사케 소믈리에 자격.
또한, 키키사케시와 국제키키사케시는 발급기관부터 다른 자격증이라고 했다.
학습하는 내용은 같지만 자격 취득 후가 크게 다르다고 한다.
키키사케시는 연회비를 납부하는 만큼 정보의 갱신과 멤버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국제키키사케시는 연회비가 없는 대신 전문 지식에 대한 인증만 해준다.
숭실대학교 등 국내에서 학습하고 시험을 보는 시험들은 전부 국제키키사케시로 분류되었다. 일본에서 시험을 보더라도 일본어가 아닌 외국어라면 국제키키사케시이며, 자회사인 'SSI 인터내셔널'에서 자격증이 발급된다고 했다.
어떤 자격증을 무슨 코스로 접수하는가에 따라 비용이 다르다. 나는 SSI키키사케시 온디맨드(독학) 코스를 선택했다.
응시료 59,400엔에 교제 배송비 9,900엔이 발생했는데, 만약 합격하면 인증료 + 입회비 + 첫해 연회비로 60,500엔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즉, 한국 돈으로 합계 약 12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본 왕복 항공권 등 교통비와 숙박비가 더해지고 매년 15,900엔(세금포함, 약 15만 원)의 연회비를 내야 한다.
SSI 키키사케시 코스 중 해외거주 외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코스는 아래와 같다.
1. 2일 통학 코스 80,300엔
2. 1일 통학 코스 59,400엔
3. 온디맨드(독학) 코스 59,400엔
4. e러닝 코스 69,300엔
기본적으로 1일 통학 코스를 안내받았지만, 이 코스를 선택하면 수강과 시험을 위해 일본을 두 번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재택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일본 거주자가 아니라면 선택할 수 없다.
e러닝 코스가 일본에 가지 않아도 되므로 전체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가장 합리적이다.
e러닝 코스는 시험도 없다. 교과서 및 온라인 강의로 공부하고 과제를 제출하면 전담강사가 첨삭하는 걸로 자격증이 발급된다.
하지만 내 경험상 e러닝으로는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결국 나는 일본에서 시험을 보는 독학코스를 선택했다.
e러닝 코스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있다면 그 경험담이 매우 궁금하다.
키키사케시의 1차와 2차 시험은 객관식이다. SSI에서 제공한 교재에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함께 보내준 워크시트만 열심히 풀어도 만점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물은 연필과 지우개, 연필깎이만 있으면 된다. 샤프의 경우, 마크시트용이 따로 있으니 주의할 것.
3차 시험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다. 서술형으로 진행된다.
SSI에서는 사케를 네 가지 스타일로 분류하는데, 테이스팅 시험에 나오는 사케를 그에 맞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쿤슈(薫酒) : 다이긴죠 또는 긴죠에 해당하며, 화려하고 프루티 한 향이 특징.
- 소우슈(爽酒) : 나마자케, 혼죠조, 후츠우슈(보통주)에 해당하며, 은은한 향과 경쾌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 상쾌한 뒷맛이 특징.
- 쥰슈(醇酒) : 준마이슈, 키모토, 야마하이에 해당하며, 쌀의 감칠맛, 단맛, 깊은 풍미가 특징.
- 쥬쿠슈(熟酒) : 3년 이상 숙성시킨 고주나 장기숙성주에 해당하며, 말린 과일이나 스파이시한 맛과 향이 특징. 색은 황색 또는 갈색.
온디맨드나 e러닝 코스를 선택하면 한국에서 직접 사케를 구해서 마셔보고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어떤 사케들이 네 가지 분류에 속하는지 알아보긴 했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SSI에서 정해둔 리스트가 있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알려준댔으면서 안 알려줬다. 이것도 메일로 문의해 놔야겠다.
그동안 사케모임을 통해 쌓아 온 경험을 믿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시험 전날에는 저녁을 먹을 겸 오사카 신사이바시의 우나기다니라는 사케바에 가서 테이스팅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시험 당일에는 쿤슈에 해당하는 사케에서 비누향을 느끼거나 그걸 소우슈로 체크해 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으므로, 벼락치기를 하다가 2시간만 자고 시험을 치는 것은 객관식에는 먹힐지언정 테이스팅에는 역시 좋지 않았다.
4차 시험은 세일즈 프로모션으로, 제시된 주제에 맞게 사케의 판매 포인트 등을 일본어로 적어 내려가야 한다. 주로 사용하는 한자가 있으니, 그걸 외우고 여러 번 써보는 것이 좋다.
사케모임은 내가 사람과 일본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모임을 통해 자기 증명을 할 수 있었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인연들이 생겼다.
내 모습 그대로 한국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케에는 인내와 성장이 있고, 위로가 있다.
소주의 강한 도수를 지니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한 풍미를 가진 사케처럼 나 역시 부드러움 속에 단단한 내면을 지닌 외유내강형의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아 술을 더욱 깊고 향기롭게 만드는 청주효모를 보면,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우리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이 모임과 내 커뮤니티를 지키고 싶다. 사람들에게 사케가 맛있고 재미있다는 걸 계속 알려주고 싶다.
SSI 키키사케시의 결과는 이달 말에 나온다.
나, 합격할 수 있겠지?
인스타그램 @sak_erica | 가벼운 사케 기록(스토리) 및 양조장 투어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세요.
유튜브 @sakerica | 롱폼으로만 풀 수 있는 사케 이야기와 브이로그를 올립니다.
문토 @사케리카 | 초대 코드 : MWTWIK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사케를 시음하고 알아가며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O!SAKE클럽'을 운영합니다. 클럽에 가입하면 저와 멤버들의 사케모임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원이 300명이기 때문에 가입을 희망하시는 분은 제게 DM을 보내주세요. 활동하지 않는 분을 정리하고 신청을 받습니다. 가입조건은, 귀엽게 취할 것. (취해도 무해할 것)
비즈니스 협업 문의 | official@med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