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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1. 2024

불편한 감정, 속상한 엄마 마음

아이의 생각을 읽고 싶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들 녀석이 감기로 인해 아프더니 며칠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 알았지만 오늘 제대로 터졌다.

어제 그렇게 먹고 싶다고 울던 비빔면도 먹였는데 아침부터 또 울기 시작한다.

아직 8살인데 생각이 많다.

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안 좋은 생각, 무서운 생각으로 이어지더니 마지막은 학교 가기 싫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늘 기발한 생각을 하던 아들이고, 늘 사고 치면 혼내기 전에 "엄마 사랑해요"하고 도망가던 녀석인데, 무슨 문제일까?

친구가 생기면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시간도 많아진 요즘이다.

건강하게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차분히 물어보지만 도돌이표다.

결국 결론은 학교에 가기 싫단다.

원인이 학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달래고 달래서 학교로 향했고, 오늘은 특별히 교실 앞까지 같이 가주었지만 이내 또 눈물이 터진다.

안아주고 눈물도 닦아준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들어주지만 가기 싫다고, 엄마랑 있고 싶다고만 한다.

몇 시간만 있다가 보는 걸로 약속하고 학교 마치면 좋아하는 이모네 놀러 가자고 나름의 사탕발림 소리도 해보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어떤 느낌인지, 어떤 기분인지 충분히 알지만 학교는 기분에 따라 빠져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 명확히 전달했다.

그 말에 또 눈물이 흐르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답답하고 마음이 안 좋았다.






모질게 떼어놓고 갈 수도 없고, 수업은 시작됐다.

설득하는 시간은 점점 지쳐만 가고 아이의 감정은 더 올라와 학교가 무섭다고 한다.

결국 1교시가 끝났다.

적응 기간도 이미 지났고 벌써 2학기에 친구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답답할 노릇이다.

쉬는 시간, 어수선한 틈을 타 잠깐이라도 자리에 앉아보다가 힘들면 집에 가자고 했더니 말을 듣는다.

너무 울어서 수업시간에 교실로 들어가는 게 용기가 나지 않았단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고 가방 안에 필통을 꺼내놓고 자리에 앉히고 보니 아들 주위로 친구들이 몰려왔다.

같이 놀자며 챙겨주려 다가오는 착하고 귀여운 친구들을 보니 안심이 되어 교실 밖으로 나왔지만 아들은 다시 쫓아 나와 울기 시작한다.






불안해하는 마음을 더 이상은 모른 채 할 수가 없었다.

수업 시간을 더 이상 방해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에 결단이 필요했다.

이럴 때 다른 엄마들은 어떤 결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아들, 들어가서 가방 챙겨서 나와."

"들어가라면서요.."

"들어가기 싫다며~ 학교 가기 싫다고 했잖아, 그렇게 힘들면 오늘은 그냥 엄마랑 있자.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아니요.. 그냥 교실 들어갈래요.."

"힘들면 안 들어가도 괜찮아~"

"아니에요, 들어가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들어간다고 하더니 진짜 쏙 들어갔다.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거라면 진작에 들어가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허무하다. 아직도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평소에도 대화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이 마음을 모른다는 게 불편하고 답답하다.

안쓰럽고 걱정이 되지만 선생님께는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복도를 빨리 빠져나왔다.






어른이고 엄마라고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아이를 보니 나 자신도 스스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는 생각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래, 아무리 엄마라도 내 아이라고 어찌 생각을, 마음을 다 알 수 있을까 싶다.

음이 영 편해지지 않는다.

지금은 마음이 풀렸는지, 또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고 치며 놀 때는 영락없는 개구쟁이지만 마음이 약해질 땐 꼭 여리고 여린 여자아이 같다.

아침부터 하고 싶지 않은 감정 소모를 겪은 탓에 답답하다.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엄마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힘이 될 수 있는 존재여야 하는데, 내가 그 몫을 다 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에 빠져보는 시간이 의도치 않게 강제적으로 생겨버렸다.

오늘의 일은 전부 내일로 미룬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알아야겠다.

엄마의 마음은 이러한데 아들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 진지하게 살펴볼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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