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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27. 2024

이중인격, 또 다른 자아

아들의 친구

이중인격이 발휘된 오늘 오전 등굣길, 누가 보든 말든이다.

"아들 녀석을 키우려면 어쩔 수 없다."로 합리화한다.

아파트를 나오자마자 무섭게 눈으로 돌진하는 아들에게 먼저 선수 쳤다.

눈을 잡으려 쪼그린 뒷모습, 궁둥이가 귀여워 세게 팍! 눈덩이를 던지고 도망갔다.

하필, 내리막길이다.

이 나이에 뛰다가 자빠지면 무슨 망신인가, 그냥 아들에게 뒷모습만 내어주었다.

까만 머리카락이 눈덩이와 만나 제대로 뭉쳤다.

제법 많이 큰 녀석, 힘도 세졌다.






이상하게 승부욕이 생긴다.

아들이 크고 튼실하게 눈덩이를 잡아 뭉칠 때, 나는 작게나마 마구마구 던져줬다가 아이가 휙 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에 맞았다.

운다.

하..

순식간에 죄인이 된 나는 오는 내내 뒤통수도 맞고 얼굴도 맞고 등짝은 경락이라도 받는 줄 알았다.

무료 마사지다.

아침부터 등짝이 시원한 게 잘 풀린 것 같다.






아들 녀석의 컨디션이 최상으로 올랐을 즈음 학교 도착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들 녀석의 컨디션이 최상이면 엄마의 컨디션은 마구 떨어질 타이밍이다.

마지막이라며 엄마의 몸뚱이에 마구 던져주시는 눈덩이, 아들 덕분에 정문 앞에서 걸어 다니는 눈사람이 되었지만 괜찮다.

아들 녀석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돌아서 신나게 털어주고 카페로 왔다.

이제 아들의 친구는 없다.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다.

조신한 척 앉아서 책 읽으며 커피 향과 휘낭시에를 즐길 예정이다.





 

아들 녀석을 키우면서 온몸으로 놀아주기가 나 역시 즐겁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존재한다.

아들 녀석과 동갑내기 자아, 그 아이가 나올 때면 그저 신난다.

어릴 때,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 아빠의 부재로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이렇게나마 아들 녀석과 풀어본다.

기쁨의 눈물이라도 나올 것처럼 즐거운 순간이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에는 온몸으로 함께한다.

그리고 아들 녀석이 없는 순간은 다 큰 어른, 조신하고 차분한 여자 사람으로 돌아온다.

나쁘지 않은, 이중생활이다.

아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일, 이게 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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