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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27. 2024

첫눈

언제부터 내렸을까?

참, 겨울이 성급하게도 찾아왔다.

언제부터 내렸을지 모를 눈이 자고 일어났더니 산도, 도로가도 전부 하얗다.

내가 너무 일찍 잠들었나?

이미 내리고 있었는데 몰랐을까?

첫눈을 이렇게 다 내리고, 밖이 하얘지고 나서야 알다니..

"엄마, 화이트 크리스마스!!!"

"응, 아니야~! 아직 11월이야~!"

신나서 말하는 아들 녀석이 춥다고 계속 차 타고 가자더니 오늘은 걸어가겠단다.

하..








아직 어둑한데 어쩜, 창 밖으로 보이는 가로등에 비치는 눈이 바람에 날린다.

왔던 눈이 흩날리는 것일까, 아직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첫 눈치고 정말 많이도 내렸다.

내 기억에 첫눈은 늘 내렸나 싶을 정도로 잠깐 스치고 지나갔는데 오늘의 첫눈은 굉장히 양이 많다.

창문을 열어보니 상당히 쌓여있는 눈이다.

아들 녀석은 신났다.

엄마 아빠는 걱정이다.

"아빠 출근길 많이 미끄럽겠다."

"아빠! 슬라이드로! 미끄럼틀 탔다고 생각하고 내려가요!"

"뭐라는 거야...ㅎㅎㅎㅎㅎ"








순식간에 쌓인 눈, 순식간에 쌓인 걱정, 혹여나 추울까 단단히 껴입고 출근하는 신랑을 보니 걱정이다.

앞으로 겨울내내 미끄러운 날, 추운 날 계속될 텐데 말이다.

11월의 눈과 추위는 늘 낯설고 움츠리게 만든다.

어둠, 창가에 비치는 아들 녀석과 나, 밖으로는 하얀 눈, 이미 차들로 밟힌 자국이 선명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엄마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

아들 녀석은 들떠있으니 한숨은 조용히 삼킨다.

오늘은 아들 녀석과 최대한 많이 껴입고 최대한 짧고 굵게 즐겨봐야겠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

아들 녀석처럼 눈이라고 하면 들떴었던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잠시나마 펑펑 내리는 눈을 손 위에 닿는 상상을 해본다.

펑 내리지만 쌓이지 않는 눈,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질척 질척, 밟히고 패인 자국엔 흑빛 구정물이다.

생각난 김에 현관 앞에 수건을 깔아 둔다.

까짓꺼, 밟으면 좀 어떻고 젖으면 좀 어때, 닦아내면 된다.

씻으면 된다.

미리 걱정하지 말자. 즐기자.

이제 진짜 겨울이다.

안녕, 오늘을 잘 부탁한다.

밝아지니 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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