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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30. 2024

아들이 왜 저러는 걸까?

점점 이상해져..

아침부터 에너지 충만한 아들 녀석, 외출 준비가 한창인 와중에 옷 갈아입으란 소리를 열 번은 더 한 것 같다.

인내심 시험이라도 하는 양 여러 번 얘기를 해야만 한다.

옷을 입힐 때마다 입씨름하는 나는 기가 빨린다.

이 아침부터 한숨만 푹푹 내쉬게 하는 아들 녀석, 오늘은 좀 거리 두기를 해야겠다.

바지 입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서 나갈 준비를 마저 하고 거실로 나온 순간 바지도 다 안 올리고 그림을 그려대는 아들, 환장 게이지가 오르는 순간 신랑이 눈치껏 선수 친다.

겨우 바지 입고 상의를 입으려 하지만 곱게 입어주질 않는다.

"회오리~ 회오리~"

또 옷을 들고 마구마구 돌려주신다.

팔이 빠져봐야 정신 차리려나, 눈을 질끈 감는다.






옷 입으라는 소리, 시간을 30분째 하고 있는 엄마 아빠, 눈치 없는 아들, 웃음기가 사라지니 자기도 살고 싶긴 한가보다.

상의를 목에 끼워 넣는 순간 정전기로 인한 머리카락이 웃겨 피식, 표정 관리가 실패하니 아들 녀석은 또 눈치 없이 장난이 시작된다.

하.. 왜 웃었을까.

"얼른 입어라.."

어금니 꽉 깨물고 말해도 안 통한다.

오두방정을 떨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상의에 팔 하나 끼우고 빙그르, 또 팔 하나 끼우고 빙그르, 점점 이상해지는 아들 녀석, 2학년 때는 차분해졌으면 좋겠다.

"잠바도 입어 아들~"

역시 곱게 입을 녀석이 아니다.






거실 바닥, 조신하게 무릎을 꿇어가며 앉는 아들, 몸뚱이만 한 패딩을 눕힌다.

팔 소매를 진지하게 양옆으로 펼치더니 대자로 눕는 시늉을 하고는 흡족해하는 아들, 뜻대로 누워서 팔 하나하나 차례로 껴입고 일어난다.

"엄마! 모자도 쓰면 안 돼요?"

"모자 달린 패딩이잖아, 지퍼부터 올려."

지퍼를 간신히 올리고는 사라지는 아들, 잠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한숨 소리와 함께 헛웃음을 터트리는 신랑, 시선을 옮겼다.

하...

진짜 왜 저러는 걸까?

"뭐 하는 거야?"

"오랜만에 모자 쓰고 나가려고요~~^^"

"응, 벗어라.. 겨울이다."

"왜요~ 쓰면 안 돼요?"

인내심의 한계가 다다랐다.

"야!!! 베트남 가서 산 모자잖아 인마!!! 그때도 덥고 불편하다고 모자를 벗어던져놓고 뭘 또!!!!"

샤우팅의 대가가 나오며 혈압이 상승하는 나의 또 다른 내면 속 자아가 잠시 나왔다가 사라진다.






엄마는 화내는 것 같지만 아빠가 박장대소를 하고 있으니 눈치는 안 챙기고 개그 욕심을 부린다.

작은 복도가 런웨이가 됐다.

여름과 겨울 그 어딘가, 표정은 무표정, 멍 때려야 어울린단다.

나름의 콘셉트가 잡혀있는 아들만의 세계,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면 권하겠단다.

"산타할아버지께 추천, 추천^^"

"기회줄 때 벗어라. 나가자,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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