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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01. 2024

애어른 아들

가족영화 보는 날

오늘은 가족영화 보는 날, 팝콘과 과자, 음료, 맛밤, 소시지, 육포 등 군것질거리를 잔뜩 풀어헤치고 몸도 마음도 무장해제 시키는 날이다.

엄마 아빠는 사이다를 마시는데 아들의 음료 선택은 솔의 눈, 어릴 적 아빠가 마셔보라고 권했다가 한 입 마시고는 "대체 왜 마시나"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은 잘 마시지만, 아들 녀석이 탄산이 아닌 솔의 눈을 선택한 것을 보면 역시 애어른이다.

양 볼이 잔뜩 부풀어 오를 때까지 팝콘을 입에 욱여넣는 아빠 옆에서 아들은 육포를 잘근잘근 씹는다.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분위기가 좋아 한 편을 더 보기로 했다.

엄마 아빠는 일단 먹었던 자리를 정리하지만 아들 녀석은 요지부동, 소파에 기대어 리클라이너를 최대한 활용하신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들, 자세가 제법 형아다.

언제 이렇게 컸나, 참 길다.

나도 참, 흐뭇하게 사진을 찍고 들여다보던 중 옥에 티를 발견했다.

아빠에게 맡기니 어제와 같은 옷이고, 바지는 뒤집어 입었었구나..

생각해 보니 나도 앞 뒤를 많이 뒤집어 입고는 영문도 모른 채 목덜미에 불편하게 닿는 옷만 만지작 거렸던 기억이 난다.








군것질로 배를 채운 엄마 아빠는 배가 부른데, 먹어도 더 먹은 아들 녀석은 저녁을 찾는다.

대단한 자식, 그래서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니 역시 밥귀신이다.

전생에 뭐였을까?

특별히 반찬 투정은 없으나 가짓수로는 트집을 잡는 녀석, 나중에 며느리가 힘들 것 같다.

어쩌나,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 반찬 가짓수 늘려 밥 한 끼 차려주면 뚝딱 비워내는 것이 안 해줄 이유가 없다.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막간을 이용해 엄마 아빠와 함께 소리 없는 말랑말랑한 공으로 캐치볼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목소리가 더 크다.

미사일 슛, 핵폭탄 슛, 토네이도 슛, 똥방귀 슛, 입도 안 쉬고 몸도 안 쉰다.








또 먹을 걸 찾는다.

"더는 안 돼, 너무 먹었어 여태~"

"돼요 돼~! 많이 움직였어요 여태~"

말끝마다 지지 않는 녀석이다.

귤이나 먹으라고 쥐어주니 야무지게 까먹고는 또다시 시작된 캐치볼, 체력이 어마어마하다.

아빠와 교대한 엄마, 엄마와 교대한 아빠를 땀 한 바가지 흘려가며 맞선다.

운동 끝, 다시 영화 한 편 마저 보기로 하고 엄마 아빠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아들, 음료? 아니면 물?"

" 따듯한 결명자 차로 주세요!"

주전자에 팔팔 끓여 잠시 식혀둔 결명자차 냄새를 귀신같이 맡았다.

"자, 어르신, 한 잔 하고 다시 영화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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