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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나도 사람이다
Dec 17. 2024
다시 아들의 친구가 되었다.
피로를 잊게 한 영화관 데이트
아들 녀석을 데리고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갔다.
학교에서 모아나 1을 보게 되었다며 재밌게 보았다는 이야기를 한지 얼마 안 돼서
모아나 2가 상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 저러한 이유로 개봉날은 지나고 연말이라고 오랜만에 가져보는 친구들과의 약속에 바쁘게만 흘러간 12월이 어느새 중반을 지나간다.
갑자기 생각이 난 약속, 하교한 아들과 함께 무턱대고 찾아간 영화관, 깜짝 이벤트라도 한 듯이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만 봐도 나는 다시 아들의 친구가 되었다.
"우리 모아나 2 보러 온 거예요?^^"
"그럼~ 오늘은 엄마랑 영화관 데이트~^^"
"팝콘이랑 콜라도 사줄 거죠?^^"
잔뜩 기대한 아들의 얼굴을 보면 안 사줄 수 없다.
"팝콘이랑 콜라가 없으면 영화 재미가 없지~~!^^"
"아싸~!! 고맙습니다~^^ 엄마 최고예요!!!^^"
사실, 진심으로 쉬고 싶은 하루이기도 했다.
피로가 눈으로 몰려와 낮잠이라도 푹 자고 싶었으니 말이다.
사랑이 많은 아이, 감사한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를 보며 올해도 큰 사고 없이 무럭무럭 성장해 준 아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엄마 말 잘 듣고 예쁜 말, 예쁜 태도로 이렇게 예쁘게 커줘서 고마워 아들~ 엄마는 아들이 최고야!^^"
"네~! 엄마 사랑해요^^"
콜라와 팝콘을 홀라당 낚아채는 아들이지만 분명히 엄마에게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잠시 상영관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아들 녀석의 친구가 되었으니 장난을 슬슬 쳐보기로 했다.
슬쩍 아들 녀석의 빨대를 입에 물고 콜라를 한 모금, 두 모금 삼켰다.
엄마가 마시는 콜라 두 모금이 아까운 모양이다.
아쉬워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니 장난이 더 치고 싶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으니 나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눈치껏 절제하는 어른이가 되어보기로 한다.
영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콜라가 모자랄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아들 녀석, 절대 뺏어먹지 않겠다고 안심시키며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러 온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피로감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앉은자리가 설레고 몸이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영화 첫 시작을 아들과 같은 표정으로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생각 없이 보던 어릴 때 추억과는 또 다른 느낌, 조금이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대사가 흘러나오면 아들에게 대사 하나하나 귓가에 다시 들려주기도 했다.
"
길을 잃어도 괜찮아, 언제나 다른 길은 있어."
용기를 심어주고 희망이라는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보는 내내 아들과 함께 겪는 경험처럼 이해시키려고 말을 걸어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 아들 녀석에게 엄마 말이 들리긴 할까 의심스럽다.
아들 녀석의 눈망울은 이미 꽉 찬 스크린에 화려한 색감과 노랫소리가 가득했다.
덩달아 신난 나도 어린아이가 되어 화려한 영상 속 모아나와 함께 항해하며 모험을 하고, 포기하지 않은 자세로 끝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노래들마저 교훈이 되지만 노래 가사를 흘려듣는 아들은 신난 나머지 상관도 없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흥얼거리기도 한다.
엉뚱한 녀석이지만 함께하는 공간과 분위기는 이미 우리들만의 세상이다.
맛있게 먹는 팝콘과 시원한 콜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아들, 이러한 사소한 순간에도 기쁨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 경험을 녀석은
기억이나 할
랑가 몰라, 그저 이 순간을, 아들 녀석의 표정을 보며 나 혼자 흐뭇하고 설렌다.
금세 사라진 피로, 더 또렷하게 선명하게 맑아진 눈을 경험하는 어른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한 순간이어서 사라진 피로였을까, 친구처럼 장난치며 뺏어먹은 콜라 두 모금의 효과였을까?
성공적인 아들과의 영화관 데이트다.
살면서 운도 있지만 노력도 필요하고, 노력으로도 안된다면 절망하기보다는 다른 길을,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는 생각을 해보자고 긍정의 신호를 심어주었다.
어린아이가 된 어른이,
오랜만에 나에게도 필요한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꾸준함으로 항해하다가 길을 잃었다고 멈추지 않기로,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태도를 가져보겠다고 마음에 새겨본다.
"엄마, 쿠키영상 있을까요?^^"
"끝까지 남아서 확인해 보자^^"
살면서 수많은 길들로 인해 헤맬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나도 우리 가족도.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우리 모두가 지칠 일이 없기를
,
끝까지 친구가 되어 긍정적인 방향을 잡아주기를 소망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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