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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나도 사람이다
Dec 16. 2024
가지에 반했다.
정식 차렷!
신랑이 연말까지 써야 할 휴가를 오늘 썼다.
아침부터 아들 녀석 등교시켜 놓고 따듯한 커피 한 잔 하고 보니 창 밖으로 해가 내리쬐고, 날은 적당히 쌀쌀했다.
집으
로 향하는 길, 도로개통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모습을 보고 함께 가보기로 했다.
"
잘만 진행되고 도로가 뚫리면 집값은 서서히 복구될 거야^^"
아파트에 들어서서
주차하고
공사 중인 곳으로 걸어가 보니
,
제법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뒷 산을 넘어 밥이나 먹고 오자는 신랑의 말에 흔쾌히 발걸음을 옮겼다.
30분은 됐으려나, 벌써 반대편으로 넘어온 우리는 새로 생긴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들어서자마자 건강한 식단이 나올 것만 같은 정식집이다.
메뉴는 어머니 정식, 아버지 정식 단 두 개뿐이었다.
"
크게 돌아서 걸어갈 건데 이왕 먹는 거 제대로 먹자!"
사실 배가 그다지 안 고팠으나 신랑 뜻대로 아버지 정식을 주문했다.
얇게 부친
도토리 전에 샐러드를 쌈 싸듯 싸 먹으라는 말씀을 주시고는 바쁘게 사라지신 이모님, 말씀대로 싸 먹으니 샐러드의 새콤한 소스맛과 어우러져 식감도 맛도 좋다.
기분 좋게 시작된 젓가락질이 쉬질 않는다.
계속해서 나오는 메뉴, 심심하고 고소한 맛에 한 번 더 매료되고, 든든하게 채워 줄 고기 한 점에 달콤한 듯 매콤한 김치의 감칠맛을 느끼며 만족스러워하는 찰나였다.
가지탕수육이 나왔다.
처음엔 손이 가지 않았다.
신랑이 맛을 보고는 권한다.
"
이렇게 먹으면 가지 많이 먹겠는데?"
"괜찮아? 가지가 가지맛이겠지 뭐"
아는 맛일 것 같았으나
입에 물자마자 역시, 튀김은 다 맛있다는 말로 충분히 입 안을 채운다.
씹을수록 감동이다.
신랑의 말처럼 이렇게 먹다간 추가로 주문할 기세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소스도 한 몫했다.
가지 하나만 튀겼을 뿐인데, 이 가지가 여러 가지 했다.
자기 몫을 다 한 가지 탕수육은 순식간에 접시에서 사라졌고, 계속해서 나오는 메뉴들도 입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정식의 힘, 아들 녀석도 함께였다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차려진 정식을 보고 제대로 즐겼을 것이 분명했다.
맛있게 먹는 자리에서 아들 녀석이 잘 먹을 생각을 하니 함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어머니 정식, 아버지 정식, 메뉴가 새삼 생각하게 하는 엄마 아빠다.
온 가족이 함께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니 정식의 힘은 대단하다.
요리는 못 하지만 왠지 모르게 따라 하고 싶은 메뉴들이다.
입에 넣느라 즐기느라,
메뉴 하나하나 사진으로 다 담지 못했던 것이 살짝 아쉽다.
가지탕수육 한 점 더 먹고 싶었다.
하지만
유독 한정식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맛집이 생겼다는 것이 제일 만족스러우니 다음에 또 오기로 한다.
다시
방문해도 오늘 느낀 감동을 누릴 수 있을 것인지, 아들 녀석도 좋아해 줄 것인지는
모르겠지
만 벌써부터 주말이 기다려진다.
결국 돌아온 겨울, 연말이 되니까 희한하게 모든 먹거리들이 맛있고, 길거리 붕어빵까지 감동이다.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연말은 연말인가 보다.
배부르게 먹고 밖으로 나섰다.
크게 둘레길을
돌아 큰 도로가로 돌아서 오던 길에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을 맞으며, 느끼며,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오늘은 웃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눈발이 세지고 눈뜨기 무섭게 바람은 차가워도, 든든하게 한 끼 먹은 정식 덕에 춥지 않았다.
잘 차려진 밥상, 가지가지 여러 가지, 나도 우리 가족이 먹는 식탁 위에 제대로 된 정식을, 가지처럼 건강한 식재료로 한 끼를 제대로 차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왕 먹는 거 제대로 먹고 즐기자고, 가족을 위해,
오늘 먹은 정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겨울이자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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