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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Jan 01. 2025

어제는 연말, 어쨌든 새해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새해

"안 보이는 척 좀 해주지.."

".....ㅡㅇㅡ"

아침부터 나갈 준비에 바쁜 엄마에게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나타난 아들 녀석이 보이냐는 말만 묻는다.

"당연히 보이는 걸 왜 자꾸 묻는 거야? 얼른 잠바나 입어."

한숨 푹 쉬며 다시 꼼지락 거리는 아들 녀석이 궁금해졌다.

"대체 뭐 하려는 건데?"

"투명 망토요.."

"아, 아하하하.. 이리 줘 봐!"

당장 가위를 찾아 이래저래 자르면서 목과 팔이 들어갈 수 있게 잘라줬다.

"입어 봐!"

"오!! 몸이 들어가네요?^^"

"자, 이제 안 보여!!!! 진짜 안 보여!!"

"에이 엄마!!"

"안 보여, 안 보여. 지~인짜 안 보여!! 가자. 친구랑 약속했잖아~"






아들과 친구, 친구의 엄마와 함께 등산을 하고 마트도 가고  서점도 간다.

분위기가 연말인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걷고 오후에는 아들 녀석의 친구만 집으로 놀러 와 저녁까지 먹고 놀고, 난리통에 쉴새가 없었다.

보드게임이란 게임 다 늘어놓고, 물감 놀이까지 어질러 놓은 걸 정리하는 건 다 엄마 몫이다.

"왜 너희들이 놀고 엄마가 정리하니?"

웃기만 하는 녀석들.

그래 놀아라. 방학 때니까 놀지.

매일 놀러 온다면 힘들겠지만 어쩌다 한 번은 괜찮다.

안 괜찮아.

어수선하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엄마의 비장의 무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식성도 정 반대인 두 녀석의 취향대로 피자를 시켜놓고, 사이좋게 먹으라며 재밌는 영상 틀어주니 이제야 조용하다.






연말인데 느낌은 어느 평범한 그냥 평일이다.

안 가려는 친구 녀석을 겨우 달래서 보내놓고 씻는다.

아들 녀석도 엄마인 나도 아침부터 움직이느라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씻고 머리 말리며 꾸벅꾸벅, 잘 준비를 마쳤는데 아직 8시도 안 됐다.

"아들, 피곤하니까 누워서 이야기하자^^"

"좋아요~^^"

누워서 아침부터 있었던 일, 느낀 점 등 이야기하다가 결국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잠들었다.

그리고 눈 떠보니 아침이다.

"둘 다 너무 코 골고 자길래 안 깨웠어^^"

신랑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잠들었다니, 아침부터 신랑의 말에 나도 아들 녀석도 황당하게 새해를 맞이한다.

"어쨌든 해피 뉴이어~~~^^ 아들 9살 축하해♡"

"우와 아홉 살이다! 엄마 아빠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일어나기도 무섭게 떡국을 원하는 두 남자다.

그래 끓이러 간다.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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