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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Jan 01. 2025

고마운 돼지 껍데기야,

너의 매력을 아들이 알아차렸다.

가끔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배우는 요리가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건 좀 할 수 있겠다! 싶은 요리들이다.

재료를 쿠팡 장바구니에 담아 배송을 받고 냉장고에 넣어둔지 며칠, 엄두가 안 나다가 오늘 일을 저질렀다.

하면서 내가 왜 이걸 하겠다고 했을까? 싶었지만 하고 보니 뚝딱, 완성이다.

저녁으로 준비하며 아들에게는 원하는 밥반찬으로 삼겹살 볶음을, 신랑과 나에겐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안주거리를, 아주 매력 덩어리, 탁월한 메뉴가 아닐 수 없었다.

"제발 맛있어라..."

아들 녀석이 언제 왔는지 모르게 옆에서 얘기한다.

구워달라던 삼겹살을 정체 모를 무언가와 볶아준다고 하니 잔뜩 긴장한 녀석이다.






돼지돼지한 껍데기 냄새가 낯설다.

이건 아닌데.. 싶어서 다시 찾은 브런치, 요리헌터 작가님의 글을 보고 또 보며 천천히 따라 해 보니 어라? 되네?

신랑이 조용히 창문을 열었지만 오늘은 환기시키기에 적당한 날이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제대로 해냈다.

냉장고를 열어 더 얹어 넣을 수 있는 재료를 찾는다.

표고버섯 당첨, 청양고추 당첨이다.

세상에, 재료 준비만 되면 휘리릭 금방이다.

돼지 껍데기에 달달한 양파, 궁채, 삼겹살에 표고버섯,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 줄 청양고추까지.

단짠단짠 양념으로 휘리릭 볶아내니 그럴싸하다.

냄새가 풍기니 아들 녀석이 다시 주방을 기웃거린다.

귀신같이 냄새를 맡은 녀석, 돼지 껍데기를 처음 본 오늘이지만 기대하는 눈빛이 살짝 부담스럽다.






삼겹살을 골라내어 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다.

짭조름하니 아들 녀석에게 합격이다.

아들 녀석은 밥 한 공기 뚝딱, 엄마 아빠는 오랜만에 맥주 한 캔 순삭이다.

든든한 한 끼 건강하게, 제대로 해결한다.

아들 녀석에게 족발 친구라며 슬쩍 돼지 껍데기를 권하지만 큰 기대는 안 했다.

하지만 흐뭇한 미소를 나오게 만드는 녀석, 쫄깃한 돼지 껍데기의 맛도 알아가는 오늘이다.

새해 아침을 맞이하며 먹은 떡국도, 저녁으로 내어놓은 돼지 껍데기 볶음도, 아들에겐 아주 훌륭한 반찬, 엄마는 믿고 먹는 요리사가 될 수 있었다.

오늘처럼 맛있게 먹어준다면야, 주방을 벗어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돼지 껍데기 너란 녀석은 역시 매력 있다.

맛있어줘서 고맙다.

아들 녀석이 너의 매력을 알아서 얼마나 흐뭇한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종종 부탁한다.

가만히만 있어. 내가 알아서 볶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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