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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Mar 08. 2022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할까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걸까?"


무척이나 궁금했던 거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하는 것", "가난한 사람들은 불량식품이라도 먹고 싶을 것이고 그렇게 해줘야 한다" "돈이 없으면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상위 1%가 아닌 서민층에 가깝거나 혹은 그 '손발 노동'하는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재인 케어 덕에 요양보호사 지원을 받으며 의료 혜택을 누리는 친정 엄마가 "문재인이 시골 노인네들한테 돈을 다 퍼주고 있어. 노인들이 나라에서 돈 나오는 거 꼬박꼬박 모아서 그렇게 목돈을 만들었댄다"며 화를 내는 건 무슨 이유일까? 세금으로 부정 축재를 벌이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국민에게 돌려준 게 왜 문제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국가 부채로 당장 나라가 망할 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니 엄마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국가 부채에 대해 상세히 알고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종일 종편이나 보수 유튜버가 진행하는 방송을 보면서 부모님이 점점 변하는 게 보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보수 언론과 정치권의 조작과 세뇌라고 간단하게 결론짓기보다는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란 책을 읽으며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진보적인 색채가 짙던 캔자스가 어떻게 우경화되었는지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눈에 띈 건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우경화되었다기보다 기독교적 논리 안에서 '낙태', '동성애' 등의 문화전쟁 이슈가 그들을 오른쪽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대구 빼고 유일하게 대전에서 보수 교육감이 당선된 것도 동성애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때 맘카페에서 '진보 교육감은 학교에서 동성애를 가르친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이 돌았었다. 지금도 돌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자뿐 아니라 소아성애자도 인정한다는 유언비어가. (참고로 동성애는 최재천 교수가 말했듯 동물에서도 나타나는 본능의 한 형태다. 이성애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듯 동성애도 가르쳐서 발현되는 게 아니다.)


Photo by Edwin Andrade on unsplash

캔자스는 밀, 옥수수 재배와 낙농업이 활발한데, 밀 생산량은 미국 생산량의 1/5을 차지할 정도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생산량을 조절하기가 힘든 독특한 분야다. 그러므로 정부 개입이 꼭 필요하다. 농민조합은 정부의 개입 정책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투쟁해왔고 그것은 뉴딜정책으로 완성됐다. 농산물 가격 지원과 휴경제도, 농민 신용보증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는 농민이 아니라 '농업기업'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농업기업은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수록 이득이고 그들은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과잉생산, 농민간 경쟁을 부추긴다.


농업기업은 이러한 불평등한 상황을 1990년대 중반 완성했으나 농민들은 1930년대 시행된 다양한 농업정책으로 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농민들을 보호했던 비상구는 역설적이게도 1996년 농업 자유법으로 길이 막혔다. 농산물 가격 지원이 중단되고 휴경지 제한이 풀리고 뉴딜정책이 종료되었다. 공화당의 과감한 규제 철폐 법안을 농민들이 지지함으로써 그들은 스스로를 벼량 끝으로 내몰았다.


 대목에선 최근 광주 복합쇼핑몰 논란이 떠올랐다.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 없다며 어떤 후보가 목에 핏대를 세웠지만 그건 광주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더구나 광주는 인구 140  중에 60 명이 자영업자와 중소상인이다. 복합쇼핑몰이 생기면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 경제는 서서히 망가진다. 정치 후진국이 되면 나라가 서서히 후진국으로 기울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사정은 모르고 "민주당 정부는 광주가 부자 도시가 되면 지지를 잃을   일부러 가난하게 놔두고 있다" 궤변에 환호하는 이들이 많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상황과 많은 부분이 오버랩된다.


"가난한 소농들은 자신들을 땅에서 내쫓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진다.

가정에 헌신적인 가장은 자기 아이들이 대학교육이나 적절한 의료혜택을 결코 받을 수 없는 일에 조심스레 동조한다.

중서부 도시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기가 사는 지역을 '몰락한 공업도시'로 만들며 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릴 정책들을 남발하는 후보자에게 압승을 안겨주며 갈채를 보낸다. 그곳이 바로 캔자스다."(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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