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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Sep 02. 2024

자식 자랑? 남편 자랑? 아뇨, 제 자랑입니다.

얼마 전 "환대받지 못하는 강의"가 아닌지 고민하는 글을 올렸었어요. 작가라는 정체성은 살짝 뒤로 감추고, "부캐" 성격으로 새로운 기관에서 시작한 독서교육 강의.


언제부터인가 "책육아"가 공부 잘하고 성적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독서가 문해력을 높이고 학습 역량을 신장시키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옆집 그 엄마는 어떻게 일을 구했을까>에서 박총 작가님의 글을 인용해 말씀드렸듯, "유익으로만 환원되는 독서는 불행한 독서"가 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무슨 책을 어떻게 읽히면 명문대 간다는, 누가 들어도 약장수 같은 그 말들에 동요하는 부모님들이 조금 중심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던 강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학부모님 앞에 설 때면 한없이 작아지곤 했어요. 출판시장에선 온통 독서가 어떻게 성적 향상에 기여하는지 밝혀주는 책들이 인기인데 나만 엉뚱한 이야기 하는 거 아닌가. 우리 아이 공부 잘하게 만드는 독서교육 비법을 기대했는데 이상한 훈수나 둔다고 그러시진 않을까.


그러나 걱정과 다르게 현재까지는 순항 중입니다. 새로운 기관의 올해 상반기 평가도 되게 좋았습니다. 한두 분이 내가 원하는 반응이 아니었다고 해서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부모님들이 만족도 평가에서 힘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혼자 감동했습니다.


"책이나 독서지도에 대한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주셔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고 피드백도 좋았고 발표할 시간도 잘 배분하시고 매끄럽게 진행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계속 고민했던 사항들을 잘 풀어내시고 그 궁금증을 해소하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독서교육 강의는 아이가 정말 독서를 좋아하고, 아이 인생에 걸쳐 독서가 자양분처럼 자리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알려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선생님만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독서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고려하여 행복한 독서교육 방법을 알려 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독서 지도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적 조언을 접목하여 교육 내용이 매우 풍부하였고 독서지도에서 아이와의 소통, 보육자의 역할에 대하여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어 매우 만족합니다."


"책 추천 감사합니다. 아이가 교우관계 어려움이 있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아이를 독서육아로 키워보신 육아 선배님께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선생님 또한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이다 보니 책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주셔서 좋았고요. 듣기를 정말 잘했어요."


며칠 전 <행복의 기원>을 쓰신 서은국 교수님이 유퀴즈에 나와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행복"을 동원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이 말씀도 인상적이었지만 사람에게 가장 재미나고 의미 있는 자극은 "사람"이라고 딱 잘라 말씀하신 모습이 강렬하게 남았어요.


요즘은 서점가에도 온통 허무주의가 팽배하고 "사람 다 필요 없고 혼자도 괜찮다"는 주문이 난무하는 느낌입니다. 타인은 지옥일 뿐이란 철학자의 말을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러운 마음도 들었는데 서은국 교수님이 명쾌하게 사람의 중요성을 밝혀 주셔서 반가웠습니다.


또한 교수님은 "절친을 만나는 것만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지하철, 편의점, 길가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 그런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과의 사회적 경험의 합이 행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하셨지요.


부모 수강생들과 저는, 수강생과 강사라는 일회적 만남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써주신 멘트 한 줄 한 줄이, 일주일, 아니 어쩌면 한 달 내내 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하다가도 행복할 것 같고, 경사진 언덕을 오르며 도서관에 가다가도 신이 날 것 같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다"라고 하신 교수님 말씀이 이해됩니다.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강사로서 합격했을 때, 합격 그 자체로 행복한 시간은 생각보다 매우 짧습니다. 삶이 제공하는 즐거운 이벤트임은 틀림없지만, 아침저녁으로 "합격" 두 글자를 되새기며 지속적으로 행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순간은 너무 기쁘지만 하루이틀 지나가면 잡생각이 나기 마련이지요.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반응이 어떨지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그러나 누군가와 이렇게 마음과 마음이 맞닿은 경험은 꽤나 오래 사람을 들뜨게 만듭니다. 이해 득실 이전에 순수하게 기쁩니다.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이 어떤 분들인지 자세히 모르고 우리가 서로 만난 적도 없지만, 새 글을 올리면 이렇게 찾아와 읽어주시는 것. 어쩌면 글쓰기도 그래서 계속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서로 스치는 이 느낌이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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