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갈 수 없지요! 엄마 회사 가야 한다고요! 다시 우산 가지러 가기엔 너무 늦는다고 했지요!"
서울 본사에 가느라 아침 일찍 기차역에 가는 길이었다. 어린이집 앞에서 실랑이 중인 젊은 엄마와 아이를 봤다. 엄마는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존댓말을 써가며 아이를 혼내고 있었다. 아이는 피곤하고 엄마랑 헤어지기도 싫고 해서 괜한 어깃장을 놓으며 울고 있는 듯했다.
"엄마 지금 늦.었.다.고.요! 어떻게 그렇게 모든 걸 니 맘대로만 해요!"
"힘들어… 힘들어… 안아줘…."
"힘들다고 하지 말고! 안아달라 하지 말고! 니가 빨리 걸어와요!"
어린이집 코앞에서 아이와 엄마가 대치 중인 모습을 뒤로한 채 바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기차 시간에 늦을까, 종종 뛰어가면서도 네다섯 살 쯤으로 보이던 아이의 서럽게 우는 소리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당장 가서 아이 엄마에게 30년을 산 당신과 태어난 지 이제 겨우 3~4년 된 아이와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을 왜 하고 있냐고, 늦었다면서 번쩍 안아서 어린이집에 1미터만 걸어가면 되는데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이와 기싸움을 하는 어른은 어른이 아니라고, 지금 저 아이에게 필요한 건 논리가 아니라 따뜻한 포옹이라고.
하지만……. 아이만큼이나 지치고 초조해 보이던 엄마. 기차에 몸을 싣고도 자꾸 생각나는 건 오래전 내 모습과 오버랩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