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DE Mar 06. 2017

희한한 나라


이 글은 일명 "국정농단사태"로 온나라가 시끄럽던 시절에 쓰여졌습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도착했을 때는 여행을 시작한지 한 달 즈음 되었을 때였다. 매일매일 다른 숙소에서 깨고 20kg에 달하는 배낭을 메는 것이 어느덧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로봇처럼 내가 지나온 길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도 그랬고, 등받이가 없는 버스에서 여섯 시간을 견디는 것도 그랬다. 


그런데 단 하나 내가 익숙해 질 수 없는 것은 나이로비의 숙소 바닥을 기어 다니던 바퀴벌레들이었다. 하루에 열 마리씩을 잡아도 어김없이 기어 나오던 그 모습에 잘 때 불도 끌 수 없던 그런 어느 날, 나이로비 시내의 낡은 공터에서 확성기를 손에 든 한 남자를 보았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는 아직도 간간히 흩뿌리고 있었고, 진흙탕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하얀색 셔츠를 말끔히 차려 입은 그 남자는 무언가를 외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남자가 서있는 뒷 벽을 보니 ‘우리가 원하는 리더’ 라는 말로 시작되는, 리더의 13가지 덕목이 적혀있었다. 바퀴벌레와 배고픔에 익숙한 그들도, 그런 나라에는 익숙치 못한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지금 나는 참 희한한 나라에 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에 갇힌 마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